국제 사진 축제가 열리는 여름이 되면, 아를 전체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도시 곳곳이 전시장이 되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아를 사진 축제에 대해 알아보자. 2025년 아를 국제 사진 축제(Les Rencontres de la photographie d’Arles)는 7월 7일부터 10월 5일까지 열린다.
여름을 대표하는 사진 예술 축제
아를 국제 사진축제는 1970년 아를 출신 사진작가 루시앵 클레르그(Lucien Clergue), 작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역사학자 장 모리스 루케트(Jean-Maurice Rouquette)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사진은 미술관은 고사하고 전시장, 축제 그 어느 곳에서도 전시되지 못했다. 제1회 아를 국제사진전에는 세 개의 전시가 열렸고, 방문객은 백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해를 거듭하며 축제의 규모가 점차 커졌다.
축제에서 전시되는 사진들은 대부분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며, 사진 상영회, 작가와의 만남, 토론, 그리고 ‘올해의 밤(Nuit de l’Année)’이라는 특별한 행사도 진행된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로
아를 사진 축제가 열리는 동안,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다. 매년 축제를 위해 아를의 역사와 상징성이 깃든 약 50곳의 공간이 전시장으로 활용되며, 이곳에서 열리는 사진 전시는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전시장 자체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건축적 아름다움이 사진 작품과 어우러져 독창적인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축제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아를 곳곳에서 펼쳐진 전시를 감상했으며, 올해 역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젊은 사진가들의 기회의 장
아를 국제 사진축제는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아우르며 사진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특히, 새로운 트렌드, 촬영 기법, 사진 기술의 발전과 같은 현대 사진 예술의 경향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매년 떠오르는 신예 사진가들을 발굴해 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매년 신인 사진가 한 명에게 신인상(Prix Découverte)을 수여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축제 기간 동안 우수한 작가들에게 다양한 상이 수여되며, 대표적인 상은 다음과 같다:
- 신인상(Prix Découverte)
- 관객상(Prix du public)
- 작가 사진집상(Prix du livre d’auteur)
- 사진-텍스트 부문 사진집상(Prix du livre photo-texte)
2024년 아를 사진 축제 돌아보기
매년 여름, 아를 사진 축제는 사진작가와 예술가들이 포착한 시선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작품은 서로 맞물리고 겹치며 다양한 이야기들이 교차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치 보이지 않는 틈 사이에서 새로운 시선과 감각이 드러나듯, 작품들은 단순한 이미지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각자의 경험과 시각에 따라 다채로운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
2024년의 주요 전시 중 하나는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에서 열린 미국 사진작가 메리 엘렌 마크(Mary Ellen Mark)의 첫 번째 세계 회고전 ‘표현 아래(Sous la surface)’였다 유명 인사들과 사회적 소외 계층을 한 장면 속에 함께 담아낸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아를 대주교궁(Palais de l’Archevêché)에서는 ‘당신을 만나 기쁩니다(Quelle joie de vous voir)’ 전시가 진행되었다. 이 전시는 1950년대부터 현대까지 활동한 일본 여성 사진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며, 일본 사진계에서 전통적인 미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작가들은 기존 사진 예술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통해 자기표현의 자유를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일본 사진계의 고정된 흐름에 색다른 관점을 더했다. 이 전시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들뿐만 아니라 덜 조명된 작가들에게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이 속한 사회를 표현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축제는 사진 예술의 역사적 기록부터 신진 작가들의 실험적 창작까지 폭넓게 다루며, 사진 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선보였다. 또한,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이 사진 예술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에 관해 탐구하며, 현대 사진 예술의 경계를 더욱 넓혔다.
💡 방문 팁
사진을 사랑하는 이든, 혹은 프로방스 여행 중 아를 국제사진전을 처음 접하는 이든, 이 행사는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시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낯설고 불편한 시선을 통해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를 경험해보자.
환경을 보호하며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아를 기차역은 도심까지 도보 8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며, 시내 대부분의 전시장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시 전역에는 식수대도 잘 마련되어 있어 관람 중 갈증을 해소하기에도 좋다.
관람 팁으로는, 온라인 사전 예매를 통해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가능하다면 9월로 일정을 조정해보자. 관람객이 분산된 시기에는 보다 쾌적한 환경과 유리한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By 안-클레르 들로름(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