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 페스티벌은 매년 여름, 프랑스 남부의 도시 아비뇽을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바꾸는 공연예술 축제다. 연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며, 세계 각지의 예술가와 관객이 이곳에 모인다. 2026년 올해 80주년을 맞이하는 아비뇽 페스티벌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바로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langue invitée)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7월 4일부터 7월 25일까지, 약 3주간 아비뇽 전역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기원
아비뇽 페스티벌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47년의 아비뇽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축제는 연출가이자 배우였던 장 빌라르(Jean Vilar)에 의해 시작되었다. 1947년, 그는 교황청 궁전에서 열린 현대 미술 전시를 계기로 이곳에서 연극 공연을 제안받았다. 이 공연이 바로 오늘날 아비뇽 페스티벌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교황청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에서 고전과 현대 작품을 함께 선보이려는 시도는 매우 새로운 일이었다. 이 한 번의 공연은 이후 매년 이어졌고, 점차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특징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연 장소
아비뇽 페스티벌은 하나의 극장에서만 열리는 축제가 아니다. 공연은 아비뇽 시내 곳곳의 역사적인 공간과 문화 시설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교황청 궁전의 명예의 뜰(Cour d’honneur du Palais des Papes)이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교황청 궁전 안에 위치한 야외 공간으로, 아비뇽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무대다. 이 외에도 상시창작 공간인 라 파브리카(La FabricA), 오페라 극장(Opéra Grand Avignon), 채석장을 활용한 야외 무대(Carrière de Boulbon), 그리고 여러 수도원의 회랑 등 다양한 장소가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축제 기간 동안 아비뇽은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 된다.
In 페스티벌 & Off 페스티벌
아비뇽 페스티벌은 크게 In 페스티벌과 Off 페스티벌로 나뉜다. In 페스티벌은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예술 감독이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기획한다. 교황청 궁전의 명예의 뜰을 비롯한 주요 역사적 공간에서 공연이 열리며, 축제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보여주는 중심 축이다. 한국어가 공식초청 언어로 선정된 것도 이 In 페스티벌에 해당한다.
반면 Off 페스티벌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축제로, 전 세계의 다양한 극단과 예술가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축제 기간동안 아비뇽 시내의 소극장과 임시 공연장에서 수백 편의 공연이 동시에 펼쳐지며, 보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두 축제는 같은 시기에 같은 도시에서 열리지만, 운영 방식과 성격은 서로 다르다. In이 축제의 공식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면, Off는 아비뇽을 더욱 활기찬 공연 도시로 만드는 또 하나의 축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세 개의 열쇠
아비뇽 페스티벌의 포스터에는 세 개의 열쇠가 자주 등장한다. 이 상징은 1954년 포스터 디자이너 마르셀 자크노가 처음 사용한 이미지로, 아비뇽 시의 상징에서 비롯되었다. 이 세 개의 열쇠는 각각 지옥, 천국, 그리고 도시를 의미한다. 이는 아비뇽 페스티벌이 특정 공연장이 아니라, 아비뇽이라는 도시와 그 공간 전체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 2026
2026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같은 해, 아비뇽 페스티벌 역시 80주년을 맞아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택했다. 이는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에 이어 네 번째로 초청되는 언어이며, 아시아 언어로는 최초이다. 이는 지난 140년 동안 이어져 온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신뢰가 하나의 언어와 예술을 통해 다시 만나는 순간으로 볼 수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디렉터 티아고 호드리게스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온 언어들을 조명해 왔다면 2026년에는 다른 방향의 선택을 했다고 설명한다. 하나의 지역과 역사에 뿌리를 둔 언어이면서, 오랜 시간 다른 언어들의 영향 속에 놓여 있었던 언어를 초청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는 K-pop, 영화, 드라마, 문학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하지만 아비뇽 페스티벌이 주목한 것은 대중문화의 인기를 넘어, 공연예술의 영역에서 한국어가 가진 표현 방식과 무대에서의 가능성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어를 단순히 번역되는 언어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직접 사용되고 들려지는 언어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26년의 아비뇽 페스티벌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특별한 여름이 될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어가 공식 언어로 울려 퍼지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마주하기 위해, 지금 아비뇽으로의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By Heetae JUNG 정희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