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가봐야 할 파리 근교 여행지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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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발 드 루아르스트라스부르문화 & 유산도시소도시 & 전원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집
© kimeunju -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집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22 9월 2025업데이트: 30 9월 2025

모두가 사랑하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 그러나 진짜 프랑스는 파리의 불빛을 벗어난 곳에 숨어 있다. 기차로 30분, 혹은 2시간만 달리면 수백 년 전 왕이 거닐던 궁전의 정원에 서 있을 수 있고, 화가의 눈에 비친 빛의 흔적을 마주할 수도 있다. 바다와 절벽이 부딪히며 빚어낸 영원의 순간을 만날 수도 있다.

역사의 흔적, 예술가의 고독, 세월을 품은 바람,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풍경은 오늘도 여행자를 맞이한다. 파리를 찾는 이라면 주변 도시로도 발걸음을 옮겨보자.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와 떨림이 기다리고 있다.

베르사유, 태양이 지지않는 궁전

Château de Versailles, Versailles, France

Château de Versailles

베르사유 궁전은 프랑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자, 연간 700만 명 이상의 발걸음을 이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찾는 문화유산 중 하나다. 루이 14세(Louis XIV), 태양왕이라 불린 절대 군주의 권력 의지가 벽과 천장, 정원 구석구석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파리에서 RER C선을 타면 약 30분 만에 닿을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사랑받는다.

궁전 내부의 백미는 단연 ‘거울의 방’이다. 73미터 길이의 공간에는 357개의 거울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방문객은 그 찬란한 빛 속에서 마치 왕의 행렬이 된 듯한 착각을 경험한다. 여름철이면 정원 곳곳의 분수가 음악과 함께 춤추는 ‘분수의 축제’가 열리고, 저녁에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아, 태양왕의 궁정 연회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정원은 앙드레 르 노트르(André Le Nôtre)가 설계한 프랑스식 조경의 극치다. 800헥타르에 달하는 대지 위에 대칭적으로 뻗은 길과 나무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연못과 조각들은 인간의 의지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시대정신을 웅변한다.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지만, 특히 봄과 초여름에 찾으면 만개한 꽃과 싱그러운 초록이 황금빛 궁전을 더욱 빛나게 한다.

베르사유는 단순히 ‘왕의 궁전’이 아니다. 이곳에서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을 끝맺은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었고, 오늘날에도 프랑스인들에게는 국가적 자존심이자 역사와 문화의 거울로 남아 있다. 여행자가 베르사유를 찾는다는 것은, 곧 프랑스의 심장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이다.

퐁텐블로, 왕과 황제가 사랑한 숲의 궁전

Fontainebleau, France

Fabrice Milochau
© Fabrice Milochau

Fontainebleau

파리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퐁텐블로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도록 왕들이 거주한 궁전이다. 그러나 베르사유의 화려한 과시와 달리, 퐁텐블로는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고요한 품격을 간직하고 있다.

궁전은 중세의 자취와 르네상스의 우아함, 바로크의 화려함이 뒤섞인 ‘프랑스 건축의 교과서’라 불린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가 이곳 왕의 목욕탕에 전시되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또한 나폴레옹(Napoléon)의 흔적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그는 1814년, 전쟁에 패하며 엘바 섬(l’île d’Elbe)으로 유배가 확정되며 퐁텐블로 성의 ‘말발굽 계단’에서 자신의 군대와 작별 인사를 했다. “잘 있거라, 병사들이여. 나는 너희들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그의 마지막 연설은 아직도 이 계단에 메아리처럼 남아 있는 듯하다.

D.Herbreteau-00433
© D.Herbreteau-00433

그러나 퐁텐블로의 진정한 매력은 궁전 너머에 있다. 광활한 숲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하이킹 명소이다.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 수백 년 동안 이 숲을 거닐었던 왕과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오늘날 퐁텐블로는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찾는 여행지이다. 그러나 이곳의 가치는 단순한 관광객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퐁텐블로는 프랑스 왕실의 ‘화려함’보다는 ‘품격’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역사와 자연,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드문 무대이기 때문이다.

지베르니, 모네의 빛이 잠든 정원

Giverny, France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집
© kimeunju -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집

Giverny

노르망디(Normandie)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는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Claude Monet)가 사랑한 집이자 정원이다. 파리 생라자르역(Gare Saint-Lazare)에서 기차로 한 시간, 그리고 버스를 타고 조금 더 가면 도착하는 이곳은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찾는 예술의 성지다.

모네는 43세였던 1883년부터 40여 년을 이곳에서 살며 수련, 버드나무, 일본식 다리를 담은 수백 점의 작품을 남겼다. 특히 그가 평생을 걸쳐 그린 ‘수련 연작’은 바로 이 정원에서 태어났다. 정원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문을 여는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봄에는 튤립과 아이리스가 만개하고, 여름에는 수련 연못이 빛을 받아 흔들린다.

지베르니의 집 안은 모네의 원색적인 감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노란 식당, 파란 주방, 일본 판화가 걸린 벽, 그가 예술과 일상을 구분하지 않고 살았음을 보여준다. 방문객들은 창문 너머의 정원을 바라보며, 화가가 느꼈을 빛의 떨림을 오롯이 체험한다.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그림 속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네가 살던 세상에 발을 들이는 일이다.

루앙, 모네와 잔 다르크의 광휘

Rouen, France

루앙 대성당
© HEETAE JUNG - 루앙 대성당

Rouen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자신의 작품에서 루앙을 ‘백첨탑의 도시’라 묘사했다. 수많은 성당과 교회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루앙 대성당은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모네는 이 성당을 같은 자리에서 수천 번 바라보며 <루앙 대성당 연작>을 남겼다. 빛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 성당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예술품이다.

그러나 루앙은 아름다움만큼이나 비극을 간직한 도시다. 1431년,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소녀 잔 다르크(Jeanne d’Arc)가 이곳 시장 광장에서 화형당했다. 오늘날 광장에는 그녀의 동상이 서 있으며, 인근의 ‘잔 다르크 역사 박물관’은 그녀의 재판과 마지막 순간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구시가지의 목조 가옥이 늘어선 골목길을 걷다 보면, 중세의 공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치즈와 사과로 만든 술, 사이다의 향기가 가득하고 카페에서는 지역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루앙은 프랑스 8대 도시 중 하나이자 프랑스의 역사와 예술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매혹적인 도시이다.

에트르타와 옹플뢰르, 바다와 인간이 빚은 절묘한 조화

Étretat et Honfleur, France

Tilio & Paolo, Adobe Stock
© Tilio & Paolo, Adobe Stock

Étretat et Honfleur

노르망디 해안에 자리한 에트르타의 절벽은 자연이 조각한 거대한 예술품이다. 하얀 석회암 절벽이 파도에 깎여나가 아치 모양을 이루고, 파도는 끊임없이 절벽을 때리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모네와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가 수없이 그린 풍경은, 실제로 눈앞에 서면 그림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파도 소리가 귓가를 울릴 때, 여행자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Honfleur village skyline harbor
© StevanZZ, Getty images - Honfleur village skyline harbor

옹플뢰르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좁은 골목과 목조 건물들이 이어진 항구 도시는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항구에는 배가 고요히 떠 있고, 집집마다 걸린 화분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은 이곳에서 바다와 하늘의 빛을 바라보며 색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옹플뢰르의 항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화가들의 이젤이 놓이는, 살아 있는 화실이다.

절벽과 바다의 드라마틱한 경이로움, 그리고 항구의 따뜻한 낭만. 이 두 곳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빚어낸, 프랑스의 두 얼굴이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고흐가 살았던 영원의 두 달

Auvers-sur-Oise, France

Church of Notre-Dame-de-l'Assomption - Parish Catholic Church located in Auvers-sur-Oise, in France. Church painted by Van Gogh
© JEROME LABOUYRIE, AdobeStock - Church of Notre-Dame-de-l'Assomption - Parish Catholic Church located in Auvers-sur-Oise, in France. Church painted by Van Gogh

Auvers-sur-Oise

파리에서 기차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작은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 그러나 이곳은 예술사에서 결코 작은 지점이 아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생애 마지막 두 달을 보낸 장소이자, 70여 점의 걸작이 탄생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나 고흐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서 있는 교회는 그의 화폭에서 기묘하게 휘어져 있고, 밀밭은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언덕 위에 서서 끝없이 이어지는 황금빛 밀밭을 바라보면, 고흐의 격정적인 붓질이 눈앞에서 되살아난다.

고흐의 마지막 발걸음은 이 마을의 작은 여관, '라부 여인숙(Auberge Ravoux)'에 멈춰 있다. 그는 이곳에서 머물며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 오늘날에도 여관 방은 그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보존되어 있으며, 여행자들은 그가 창밖을 바라보던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마을 끝에는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의 무덤 위에는 사람들이 놓아둔 들꽃들이 그들을 위로하고 있다.

didier salou, AdobeStock
© didier salou, AdobeStock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관광지라기보다 성지에 가깝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한 번쯤 반드시 찾아야 할 곳. 이곳을 걷는 순간, 우리는 고흐의 고독과 열정, 그리고 짧지만 불꽃같은 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동화와 역사의 교차로

Strasbourg et Colmar,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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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obeStock_g215

Strasbourg et Colmar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역(Alsace)의 중심, 스트라스부르는 국경 도시다. 프랑스와 독일이 수차례 주권을 주고받으며 흔적을 남긴 이곳은, 두 나라의 문화가 아름답게 융합된 도시로 성장했다. 고딕 양식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며, 그 첨탑 위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대성당 내부의 천문 시계는 마치 시간을 조율하는 거대한 심장처럼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스트라스부르는 단순히 과거의 도시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유럽의회가 자리한 정치적 중심지로서, 유럽의 수도라 불린다. 구시가지인 ‘쁘띠 프랑스(Petite France)’ 지구를 거닐다 보면, 운하와 목조 가옥, 꽃으로 장식된 발코니가 이어져 중세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동화 속 마을 콜마르가 기다린다. 운하 위로 알록달록한 목조 집들이 늘어서 있고, 창문마다 꽃이 장식되어 있다. 작은 배가 유유히 흐르는 운하 위로 햇빛이 부서질 때, 마을은 한 폭의 그림처럼 완성된다. 콜마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영감을 준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알자스 지방은 또 하나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와인이다.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를 잇는 와인 루트는 세계적인 백포도주의 산지로,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 속에서 여행자는 와인의 향과 맛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로 꼽히며, 수많은 여행자가 이곳을 찾는다.

Adobe Stock, cge2010
© Adobe Stock, cge2010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는 단순히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라, 시간과 문화가 어깨를 맞댄 풍경이다. 동화와 역사가 만나는 그 지점에서, 여행자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장면을 가슴에 품게 된다.

랭스, 왕과 샴페인의 도시

Reims, France

랭스 대성당 - 샹파뉴
© dietwalther / Adobe Stock - 랭스 대성당 - 샹파뉴

Reims

랭스는 프랑스 역사에서 특별한 무대를 차지한 도시이다. 프랑스의 왕들이 대관식을 치른 랭스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장엄한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는 하늘과 빛을 품으며, 대성당 앞에 서는 이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만든다. 특히 대성당 내부에 위치한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랭스는 샴페인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샴페인은 '돔 페리뇽' 수도사(Dom Pierre Pérignon)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처음 샴페인은 '악마의 와인'이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었다. 과거에 발포성 와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어두운 지하 동굴에서 유리병들이 갑자기 터지고 깨지기 시작했다. 양조방법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 실수로 발견되었던 것이 바로 샴페인이다. 도시 곳곳에는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지하 깊은 곳에는 수백만 병의 샴페인이 어둠 속에서 익어가고 있다.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모엣 & 샹동(Moët & Chandon), 폴 로저(Pol Roger), 크룩(Krug) 등 이러한 이름들은 브랜드를 넘어 랭스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한다.

OT Reims/Carmen Moya
© OT Reims/Carmen Moya
HEETAE JUNG
© HEETAE JUNG

샴페인 하우스를 방문하면, 여행자는 마치 시간 속을 걷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서늘한 지하 저장고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샴페인을 잔에 따랐을 때 터져나오는 기포와 섬세한 향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랭스의 기억’ 그 자체이다.

랭스는 해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곤 하는데 단순히 유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도시는 프랑스의 왕과 샴페인의 도시로서, 권력과 미식이 만나 완성된 특별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프랑스의 왕과 나란히 앉아 샴페인을 한잔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루아르 고성, 동화 속 성으로의 초대

Château de la Loire, France

Ralph Gosch - AdobeStock
© Ralph Gosch - AdobeStock

Châteaux de la Loire

루아르 강을 따라 형성된 비옥한 이 지역은 '프랑스의 정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곳에 지어진 300여개의 성들은 프랑스 귀족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00’ 중 하나로 선정한 여행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성은 세 곳이다. 그 중 첫 번째인 샹보르 성(Château de Chambord)은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설계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 성은, 마치 르네상스의 교향곡처럼 완벽한 대칭과 섬세한 장식을 자랑한다. 성의 옥상에 오르면 첨탑과 굴뚝들이 숲처럼 솟아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다.

ADT Touraine/Loïc Lagarde
© ADT Touraine/Loïc Lagarde

두 번째 쉬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강 위에 다리처럼 걸쳐 세워진 이 성은 ‘여인의 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역대 성의 주인들이 대부분 여성이었기 때문인데, 그들의 사랑과 질투, 권력 다툼의 이야기가 성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숨겨진 이야기와 함께 한다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neirfy, AdobeStock
© neirfy, AdobeStock

그리고 세 번째 앙부아즈 성(Château d’Amboise)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마지막 발자취가 있는 곳이다. 그의 무덤은 지금도 성 안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은 예술과 과학의 거장이 마지막으로 바라본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루아르 고성을 여행하는 일은 단순히 성을 보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예술이 남긴 흔적을 따라 걷는 일이다. 과거의 권력과 부가 사라진 성들은 여전히 강과 숲과 하늘 속에서 빛나고 있다. 루아르의 성들은 그 자체로 인간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꿈이자 프랑스가 간직한 영원한 동화인 셈이다.

몽생미셸, 바다 위의 기적

Mont-Saint-Michel, France

Mont-Saint-Michel

파리에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세 시간 반 남짓. 어느 순간 창밖의 풍경이 바뀌며, 수평선 위로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바위섬이 아니라 하늘로 솟은 첨탑과 중세 요새의 실루엣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곳이 바로 몽생미셸(Mont-Saint-Michel), 프랑스 노르망디가 품은 가장 신비로운 여행지이다.

몽생미셸은 8세기, 대천사 미카엘의 계시로 세워졌다. 이후 수도원과 성곽, 작은 마을이 층층이 쌓여 섬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건축물이 되었다. 좁은 돌길을 오르며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어느 순간 성벽 위에 서서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수도원 내부의 회랑과 정원에서는 고요한 공기 속에 파도 소리만 아득히 들려온다. 이곳이 왜 수세기 동안 순례자들의 발길을 모았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무엇보다 몽생미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조수 간만의 차이다. 밀물이 들어오면 섬은 완전히 바다에 고립되어 장엄한 성채로 변하고, 썰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 위에 마치 환영처럼 떠오른다. 같은 장소임에도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모습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와 디즈니의 <라푼젤>이다.

Mont Saint-Michel view in the sunset light
© DaLiu, Getty Images - Mont Saint-Michel view in the sunset light

파리에서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지만, 진짜 매력은 밤과 아침에 있다. 해가 지고 인파가 빠져나간 뒤, 섬은 조용히 빛을 밝히며 고요한 시간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성벽을 거닐며 별빛과 파도 소리를 동시에 느끼는 순간, 마치 중세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특별한 경험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침에만 만나볼 수 있는 정말 귀한 풍경이 있다. 바로 물안개가 피어오른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의 몽생미셸이다. 이 모습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이로운 순간이다. 

몽생미셸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바다와 하늘, 성곽과 첨탑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 장엄한 풍경은 자연과 인간이 합쳐 만든 살아 있는 서사시이다. 파리에서 조금 더 멀리 발걸음을 옮긴다면, 이 신비로운 섬은 여행을 평생 기억에 남을 한 장면으로 바꾸어줄 것이다.

몽생미셸 방문 팁 💡

  • 가는 방법: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TGV를 타고 렌(Rennes)까지 약 2시간, 이후 전용 셔틀버스로 1시간 20분이면 몽생미셸에 도착한다. 소요 시간은 편도 약 3시간 30분~4시간.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 추천 일정: 최소 1박 2일. 낮에는 인파가 몰리지만, 저녁에 관광객이 빠져나가고 나면 섬은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성벽 위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석양은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이다.

By Heetae JUNG 정희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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