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그중에서도 수도 파리가 뒤집어졌다. 에펠탑과 개선문 등 파리 전역에서는 엄청난 축제가 벌어졌다. 파리를 연고로 한 축구팀 파리생제르맹(PSG)이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결승전에서 인테르 밀란(이탈리아)를 5-0으로 꺾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 열기가 아직 이어질 정도다.
PSG는 이날 우승하면서 이름뿐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무엇보다 세 대회 우승(UCL, 프랑스 리그, 프랑스 컵)을 차지했기에 기쁨은 물론이고 의미도 상당히 크다. 최초와 최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 소속 이강인까지 그 안에 들어있다.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
1970년에 창단한 PSG는 상대적으로 젊은 구단이다. 최고 인기 팀으로 유명해지다가 2010년대부터 리그를 사실상 지배했다. 리그 우승을 총 13회 차지하며 프랑스 리그앙에서 최다 우승컵 보유 팀이다.
다만 트레블(국내 트레블 제외)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어려운 과제인 UCL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2019-20시즌에는 결승에 올랐으나 바이에른뮌헨에 0-1로 패했다. PSG는 이번에 UCL 트로피를 차지하면서 프랑스 구단 중에서 처음으로 트레블을 달성한 구단이 됐다.
더 놀라운 이야기도 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두 번째 트레블이다. 그는 2014-15시즌에 FC바르셀로나와 함께 위업을 달성했다. 역사상 두 번 트레블을 이끈 감독은 주제프 과르디올라(바르셀로나, 맨체스터시티)와 엔리케 둘뿐이다.
뮌헨은 프랑스 축구의 성지
이번 UCL 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프랑스팀으로 유일하게 UCL에서 우승한 팀은 PSG의 라이벌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이다(1992-93 시즌). 그런데 22년 전과 이번 맞대결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마르세유는 당시 인테르 밀란의 라이벌 AC밀란과 독일 뮌헨에서 맞대결을 벌였고, PSG는 인테르 밀란과 또다시 뮌헨(경기장은 다르다)에서 맞붙었다. 뮌헨에서 밀라노 연고 팀과 경기한 프랑스팀은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뮌헨은 프랑스 축구의 성지다.
아시아 선수 첫 트레블
이강인은 안타깝게도 결승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교체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못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중앙에서 기뻐하는 모습만은 지켜볼 수 있었다.
그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두 번째로 UCL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UCL 트로피를 차지한 선수가 됐다. 게다가 그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럽 무대에서 트레블을 한 선수가 됐다. 이강인은 올 시즌 리그에서 30경기에 출전해 6골과 도움 6개를 기록했고, UCL 무대에서도 11경기에 나섰다.
UCL 최다 점수 차 승리
PSG는 처음으로 빅이어(UCL 우승컵)를 차지했으나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승전에서 상대를 5골 차이로 이긴 유일한 팀이 됐다. PSG는 슈팅 23개(인테르 밀란은 8개)를 날리며 인테르 밀란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이는 1956년 시작한 UCL 역사상 최다 점수 차이 승리다. 기존 최다 골 차이는 4골 차이였다. 가장 최근에는 1993-94시즌 AC밀란이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이긴 바 있다.
By 히든 K 류청 편집장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