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의 아버지 클로드 모네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흘렀다.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수많은 그림과 색채, 붓 터치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모네는 어린 시절을 보낸 노르망디를 깊이 사랑했고,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 역시 이곳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파리와 그 근교, 크뢰즈, 코트다쥐르의 색과 풍경도 그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었다. 이제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떠나보자.
노르망디: 인상주의의 발상지
수많은 뮤즈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던 노르망디는 거친 해안선과 새하얀 백악 절벽, 매력적인 작은 항구, 특별한 건축물까지 다양한 풍경을 모네의 화폭에 내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련 연작으로 영원히 기억될 지베르니가 있다.
노르망디 해안
Honfleur, France

르아브르
1872년 겨울 어느 아침, 모네는 아미로테 호텔(Hôtel l'Amirauté)의 객실에서 안개에 싸인 르아브르 항구를 그렸다. 2년 뒤, 《인상, 해돋이》는 한 기자의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그 기자가 작품들을 비꼬며 ‘인상주의자들의 전시’라고 부른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사상 가장 중요한 회화 운동 중 하나인 ‘인상주의’의 이름이 되었다.
모네의 발자취를 따라 르아브르 항구를 거닐어보자. 특히 과거 아미로테 호텔이 자리했던 그랑케(Grand-Quai)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항구 입구에서 시작해 생타드레스(Sainte-Adresse)의 절벽까지 이어지는 생타드레스 해변도 놓치지 말자. 이 풍경은 모네에게 《생타드레스의 해변》과 《생타드레스의 요트 경주》의 영감을 주었다. 주변 풍경 역시 《르아브르 항구 입구, 흐린 날)》과 《르아브르 상업 항구의 정박지》로 이어졌다.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MuMa, Musée d'Art Moderne André Malraux)에서는 《겨울 햇살, 라바쿠르》를 비롯한 모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에트르타 절벽
연작을 즐겨 그렸던 모네는 에트르타 절벽을 주제로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포르트 다발》, 《만포르트》, 《바늘바위》 등이 대표적이다. 알바트르 해안의 거친 자연과 웅장한 절벽이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해안을 내려다보는 산책로를 걷거나, 아몽 절벽과 아발 절벽 사이에 자리한 에트르타 해변에 앉아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자.
옹플뢰르
노르망디의 작은 항구 도시 옹플뢰르에서 모네는 친구 외젠 부댕(Eugène Boudin)과 함께 바다 풍경을 그렸다. 바볼 거리(Rue de la Bavolle), 등대와 해변 역시 그의 영감의. ‘화가들의 도시’라 불리는 옹플뢰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구항의 오래된 선착장과 주변의 아름다운 주택, 옛 성벽의 흔적, 리외트낭스(La Lieutenance), 생트카트린 교회(Église Sainte-Catherine), 그리고 외젠 부댕 미술관(Musée Eugène Boudin)을 둘러보자. 이 미술관에는 옹플뢰르의 종탑을 그린 작품 한 점이 있는데, 오랫동안 모네의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부댕이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 함께 읽어보기: 디에프에서 르아브르까지: 노르망디에서 만나는 인상주의
루앙
Rouen, France

루앙에서 모네는 대성당에 매료됐다. 그는 1892년부터 1894년까지 2년에 걸쳐 서쪽 파사드를 서로 다른 각도와 시간대에 그리며 30점이 넘는 연작을 완성했다. 프랑스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대성당인 루앙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de-l’Assomption)은 높이 151m의 첨탑을 갖춰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대성당이기도 하다.
루앙을 떠나기 전에는 루앙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에 들러 보자. 특히 드포 갤러리(Galerie Depeaux)에서는 거장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베르니
Giverny, France

모네는 자신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불렀던 지베르니에 1883년 정착한 뒤 43년을 살았다. 이곳에서 수련, 건초더미, 포플러 연작을 그리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옛집을 방문하면 작품 세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듯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의 정원과 수련 연못
지베르니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다. 유명한 일본식 다리와 버드나무가 비치는 잔잔한 연못, 계절마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수련은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에 등장한다.
클로 노르망(꽃의 정원)
집 앞에 펼쳐진 꽃 정원에서는 모네의 색채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장미와 아이리스, 모란, 한련화가 가득하며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모네가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환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클로드 모네의 집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된 모네의 저택에서는 화가의 일상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밝은 빛이 들어오는 거실 겸 작업실과 다채로운 색의 방들, 상징적인 노란색 식당, 선명한 파란색 주방,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일본 판화 컬렉션이 눈길을 끈다.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
모네의 집 바로 가까이에 자리한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Musée des Impressionnismes Giverny)은 모네뿐 아니라 동시대 화가와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수준 높은 기획전을 선보인다.
파리와 그 주변: 도시와 강이 건넨 영감
Paris, France

1859년 클로드 모네는 르아브르를 떠나 자신이 ‘정신없이 흥미로운 파리’라고 부르던 수도로 향했다. 이후 파리의 거리부터 센 강변까지, 파리와 주변 지역의 풍경은 끊임없이 그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파리
파리는 모네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루브르 부두》, 《카퓌신 대로》, 《몽소 공원》, 《튈르리 정원》 등 수많은 작품에서 파리를 만날 수 있다. 증기와 빛, 움직이는 열차의 모습을 포착한 생라자르역 연작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파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상주의 회화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Musée Marmottan Monet)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네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역시 클로드 모네의 뛰어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아르장퇴유
모네는 1870년대 아르장퇴유(Argenteuil)에 정착해 센 강변과 요트,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즐겨 그렸다. 《아르장퇴유 다리》, 《아르장퇴유의 센 강》, 《아르장퇴유의 보트 경주》, 《아르장퇴유의 가을 인상》, 《아르장퇴유의 연못》 등이 대표적이다.
1874년부터 1878년까지 모네가 살며 수많은 작품을 완성한 인상파의 집(Maison impressionniste)도 방문해보자.
크뢰즈 계곡: 거대한 자연이 곧 화가의 작업실
Crozant, France

프랑스 중부 프레슬린(Fresselines)과 크로장(Crozant), 가르질레스당피에르(Gargilesse-Dampierre) 사이에 펼쳐지는 크뢰즈 계곡(Vallée de la Creuse). 클로드 모네는 바위산과 강, 넓게 펼쳐진 히스 들판이 어우러진 이 풍경에 매료됐다. 1889년 이곳에서 몇 주를 보내며 약 30점의 그림을 완성했다.
대표작으로 《두 크뢰즈강의 합류점》, 《베르비의 물레방아》, 《크뢰즈 계곡, 일몰》 등이 있다. 오늘날 ‘화가들의 계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수많은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곳으로, 지금도 여행할 가치가 충분하다.
프레슬린
모네는 1889년 봄 프레슬린에 머물며 현재는 사라진 오베르주 생드니(Auberge Saint-Denis)에서 지냈다. 그랑드 크뢰즈 강(Grande Creuse)과 프티트 크뢰즈 강(Petite Creuse)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이 마을은 지금도 옛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화가들의 길’을 따라 걸으면 모네가 실제로 그림을 그렸던 전망 포인트까지 이어진다.
두 크뢰즈강의 합류점
프레슬린에서 갈 수 있는 이 장대한 자연 명소는 모네 작품에 자주 등장한 대표적인 풍경이다. 전망대에 서면 바위와 강이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지는데, 19세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크로장
크뢰즈강과 세델강(Sédelle)이 내려다보이는 크로장 요새 유적은 낭만적인 풍경으로 모네의 친구 아르망 기요맹(Armand Guillaumin)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크로장 유적(Ruines de Crozant)에서는 협곡을 내려다보는 장대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으며, 화가들의 계곡 해설 센터(Centre d’interprétation de la Vallée des Peintres)에서는 이 지역의 예술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가르질레스당피에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가르질레스당피에르는 예술가들의 안식처였다. 조르주 상드를 비롯해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이 이곳에 머물렀다. 크뢰즈 계곡의 문화와 풍경을 함께 즐기기에 좋은 여행지다.
코트다쥐르: 빛이 폭발하는 풍경
Menton, France

코트다쥐르의 선명한 색채와 하늘, 풍성한 식물은 다른 수많은 화가들처럼 모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1880년대부터 특히 망통과 앙티브에 매료됐다. 강렬한 색의 대비와 무성한 식물,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그의 화폭에 남았다.
망통
모네는 망통 근교에서 《라 튀르비로 가는 길》, 다른 이름으로 《망통 근처의 붉은 길》을 그렸다. 따뜻한 색채와 가파른 지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앙티브
모네는 1888년 앙티브에 머물며 4개월 동안 약 40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당시 앙티브를 “햇빛에 황금빛으로 물든 작은 성곽 도시, 아름다운 푸른빛과 분홍빛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곳”이라고 묘사했다.
이 시기에 《살리스에서 바라본 앙티브》, 《앙티브 요새》, 《앙티브에서 바라본 알프스》, 《앙티브의 아침》 등이 탄생했다. 모두 남프랑스의 빛을 찬미하는 작품들이다. 오늘날에도 앙티브는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와 곶, 구시가지로 꼭 방문할 만한 여행지다.
코트다쥐르


By 마리 레몽 (Marie Raymond)
저널리스트
여행 및 문화 전문 기자. 사무실만 아니라면 어디에서라도 글을 쓸 수 있다고 살짝 고백하는 마리.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지금 시대의 정신과 삶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