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아이에게 파리의 가장 특별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파리는 과연 우리 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단지 미술관과 성당만 가득한 도시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신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곳이 바로 파리다. 아이와 함께 하는 파리 여행 중 가볼 만한 장소 12곳을 두 아이의 아빠이자 프랑스 공인 가이드로 활동하는 정희태 가이드가 소개한다.
파리 시내
공룡과 동식물을 사랑한다면 - 파리 식물원(Jardin des Plantes)
Jardin des Plantes, Paris, France

파리 5구에 위치한 파리 식물원(Jardin des Plantes)은 단순한 식물원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자연사적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 과학·자연 문화 공간이다. 크게 네 가지 주요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 진화관(Grande Galerie de l’Évolution) : 1994년에 개장한 이 전시관은 동물과 곤충, 공룡 등 다양한 생물의 진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특히 박물관 중앙의 거대한 전시물로, 다양한 동물들이 일렬로 행진하듯 줄지어 전시된 장면은 생명의 이동과 진화, 생태계의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 장면이다. 이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조명과 소리, 건축 구조가 어우러져 몰입감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 고생물 및 해부학 전시관(Galerie de Paléontologie et d’Anatomie comparée) : 1889년에 개관한 이 전시관은 공룡과 고대 동물의 화석, 척추동물의 해부학 구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다양한 동물의 뼈대를 직접 비교하며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받고, 성인들도 인류와 생명의 진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 식물원 내 동물원(La Ménagerie) : 1794년 설립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대형 동물은 없지만, 희귀종을 포함한 다양한 소형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파리 중심에서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도심 속 자연 체험장으로 추천할 만하다.
그 외 볼거리로 이국적인 식물들과 희귀 열대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유리 온실인 대형 온실(Serres Tropicales)이 있다.
흥미로운 체험 가득 - 파리 과학 산업 박물관(Cité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
Cité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 Avenue Corentin Cariou, Paris, France

파리 북동쪽 라 빌레트(La Villette) 공원 안에 위치한 과학 박물관으로, 어린이를 위한 전용 과학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박물관은 연령대별로 구분된 두 개의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 2~7세 어린이 공간: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배우는 참여형 전시로 꾸며져 있다.
- 5~12세 어린이 공간: 보다 복잡한 과학 개념을 다루지만, 놀이처럼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025년 여름까지 임시 휴관)
이 외에도 인간과 유전자, 두뇌, 소리, 수학, 우주 탐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상설 전시들이 있으며, 대부분 몰입형 체험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 아이와 어른 모두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돔 형태의 IMAX 영화관이 있어 과학 및 자연 다큐멘터리를 큰 스크린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외부에는 라 빌레트 공원의 잔디밭과 분수, 놀이터 등 야외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 인근에는 맥도날드, 히포타무스(Hippopotamus, 가족 친화적인 스테이크하우스) 등 다양한 식사 공간이 있어, 하루를 온전히 이곳에서 보내기에 매우 적합하다.

현지인처럼 즐기기 - 뤽상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
Jardin du Luxembourg, Paris, France

파리 6구에 위치한 뤽상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는 시민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파리의 대표적인 공원이다. 여의도 공원의 절반 정도 크기로, 프랑스식 대칭 정원과 영국식 자연 정원이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활동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어린이 액티비티로는 프랑스 전통 인형극으로, 유쾌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기뇰(Guignol)이 있고, 공원 내 전용 코스에서 조랑말을 타고 산책할 수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조랑말 산책 체험이 있다.
그리고 넓고 안전하게 설계된 놀이터로, 모래 놀이터, 미끄럼틀, 놀이 기구 등이 갖춰져 있어 현지 어린이들뿐 아니라 관광객 가족에게도 인기인 유료 놀이터, 뤼도 자르댕(Ludo Jardin)이 있다.
이곳에서는 좀 더 특별한 회전목마 체험이 가능한데 바로 19세기 스타일의 클래식 회전목마이다. 오페라 가르니에를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가 디자인한 이 회전목마는 전통 방식대로 사람이 직접 밀어 돌리는 수동 회전목마이며, 어린이들은 말을 타고 막대기를 들고, 회전 중에 고리를 끼우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독특한 형식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유럽 전통 회전목마의 역사적 의미와 재미를 함께 체험할 기회가 된다.
아이들을 위한 테마파크 - 아클리마타시옹 공원(Jardin d’Acclimatation)
Jardin d'Acclimatation, Route de la Porte Dauphine à la Porte des Sablons, Paris, France
파리 서쪽 불로뉴 숲(Bois de Boulogne) 안에 위치한 가족형 테마파크로, 파리 시내에서 유일하게 놀이기구를 갖춘 공원형 놀이공원이다. 도심 외곽으로 나가지 않고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공간으로 손꼽힌다.
유아용부터 어린이, 가족용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42가지 놀이기구와 어트랙션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염소, 알파카, 양 등 다양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미니 농장과 공원을 거니는 오리와 공작새 무리를 만날 수 있어 도심 속 자연 체험에 제격이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워터 분수, 물놀이장, 물총 놀이터 등 시원한 물놀이 공간이 개장되어 가족 모두가 함께 더위를 식히며 즐길 수 있다.
2002년, 서울시가 파리시에 기증한 한국 정원이 이곳에 조성되어 있으며, K-Festival, 전통 공연, 한국 음식 행사 등 한국 문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입장권과 놀이 기구 이용권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단순히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기려는 경우에는 입장권만으로도 공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가족 친화형 미술관 - 뮤제 앙 에르브(Musée en Herbe)
Musée en Herbe, Rue de l'Arbre Sec, Paris, France
"3세부터 103세까지" 누구나 예술을 쉽고 재밌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파리의 가족 친화형 인터랙티브 미술관이다. 아이들을 위해 특화된 전시와 워크숍이 연중 운영되며, 미술에 대한 흥미와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예술에 입문하기 좋은 공간이다.
매년 주제를 바꿔 진행되는 참여형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체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25년에는 미겔 슈발리에(Miguel Chevalier)의 디지털 아트 전시인 "디지털 어비스(Digital Abysses)"가 진행 중이다.
아이들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놀이하듯 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뮤제 앙 에르브는 연령별 맞춤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예약하여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미술관이 부담스럽거나 지루하다고 느끼는 어린이와 초보 관람객 또는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하고 싶은 모든 세대에게 추천한다.
음악과 함께하는 체험 - 어린이 필하모니(Philharmonie des Enfants)
Philharmonie des enfants, Avenue Jean Jaurès, Paris, France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는 파리 19구 라 빌레트 공원 안에 위치한 가장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음악 복합 문화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4세부터 10세까지의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인 어린이 필하모니는 “음악을 듣고, 보고, 배우며, 모든 형태로 경험하고 연주하기”를 주제로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을 탐험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전체 면적은 약 1,000㎡에 달하며, 다양한 설치물과 감각적인 전시로 가득하다.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5세 이상 어린이부터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콘서트가 있고, 3개월 아기부터 참여 가능한 영유아 음악 놀이 수업도 있다. 단, 음악 아틀리에는 수요일 오후에만 운영되니 일정 확인이 필요하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음악을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다.
버스 타고 센 강 속으로 - 레 카나르 드 파리(Les canards de Paris)
파리에서 조금 특별한 교통수단을 시도하고 싶다면 레 카나르 드 파리(les canards de paris)를 추천한다.
파리 최초의 수륙양용 버스로, 도로와 센강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이 버스 투어는 일반 버스처럼 파리 시내 유명 명소들을 구경하다가 중간에 센강으로 들어가 배로 변신하는 멋진 순간이 있다.
투어는 총 1시간 45분 동안 진행되며, 육로 투어는 1시간 25분, 센강 수로 투어는 약 20분 정도 진행된다. 진행은 프랑스와 영어로 되어 있으며, 아마도 센강으로 진입하는 그 순간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만2세아기는 안전상의 이유로 탑승할 수 없다.
파리 워터파크 - 아쿠아불르바르(Aquaboulevard)
Aquaboulevard parc aquatique, Rue Louis Armand, Paris, France
파리에서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수상 놀이터, 아쿠아불르바르는 실내외를 아우르는 7,000㎡ 규모의 도심형 워터파크다.
11개의 다양한 슬라이드와 실제 바다의 파도를 체험할 수 있는 웨이브 풀, 인공 파도 위에서 수상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웨이크 박스(Wake Box)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4,000㎡ 규모의 야외 모래 해변에서는 일광욕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어린아이들도 걱정 없다. 3세 이상을 위한 안전한 슬라이드가 있고, 6개월 이상의 아기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영 교실도 운영된다.
만약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같은 건물 내에 위치한 데카트론(Decathlon)에서 필요한 장비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다.
동물과 함께하는 여행 - 뱅센 동물원(Parc Zoologique de Paris)
Av. Daumesnil, 75012 Paris, France
뱅센 동물원은 약 15헥타르 규모의 넓은 부지에 255종, 3,000마리 이상의 동물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생태 구역(biozones)을 따라 4km 길이의 산책로를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조류를 위한 대형 새장과 열대 식물이 자라는 온실도 있어 동물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파리 자연사 박물관 내 동물원과 달리 사자, 기린, 얼룩말 같은 대형 포유류와 바다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참여형 이벤트로 동물 먹이 주기, 수의사 치료 시범, 조련사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기린 우리 바로 앞에 위치한 ‘르 자라파(Le Zarafa)’ 레스토랑에서는 식사하며 우아하게 고개를 내민 기린들과 눈을 맞출 수 있어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뱅센 동물원은 자연과 동물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가족 나들이 명소이다.
파리 외곽
최고의 가족 여행지 - 디즈니랜드 파리(Disneyland Paris)
Disneyland Paris, Boulevard de Parc, Coupvray, France
파리 여행 중 아이들과 하루쯤은 꿈과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고 싶다면, 디즈니랜드 파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선택이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동쪽으로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유럽 유일의 디즈니랜드로, 가장 사랑받는 가족 여행지 중 한 곳이다.
디즈니랜드 파리는 두 개의 테마파크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클래식한 디즈니 동화 속 세계를 그대로 재현한 디즈니랜드 파크, 다른 하나는 디즈니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파크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디즈니랜드 인근의 디즈니 테마 호텔에 숙박하면서 야경 쇼까지 즐기는 것도 좋은 팁이다. 게다가 호텔 투숙객은 개장 시간보다 30분 먼저 입장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파리에서 즐기는 농장 체험 - 갈리 농장(Les Fermes de Gally)
Les Fermes de Gally - Jardinerie, Marché, Épicerie, Saint-Cyr-l'École, France

파리에서 차로 약 3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갈리 농장(Les Fermes de Gally)은 어린이 체험 중심의 가족 방문지로 매우 인기가 높다. 매년 4월에는 딸기 따기와 작약 수확 체험이 가능하며, 6월에는 다양한 베리류 과일을 맛볼 수 있다. 7월과 8월에는 여러 품종의 토마토와 해바라기를 수확할 수 있고, 9월부터 11월까지는 할로윈 시즌 특별 프로그램으로 호박 따기 체험, 호박 조각 아틀리에, 할로윈 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특히 여름밤에는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장소도 제공된다.
넓은 농장 곳곳에서는 방문객이 원하는 채소, 과일, 꽃을 직접 수확한 뒤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생시르레콜(Saint-Cyr-l'École) 지점에는 넓은 대지가 있어 양, 말, 당나귀, 돼지, 닭 등 파리 시내에서는 보기 힘든 농장 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다.
걀리 농장에서는 200여 명의 지역 생산자들이 제공하는 신선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농장 내 카페에서는 신선한 지역 재료로 만든 브런치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영화 같은 여유 - 베르사유 정원(Jardin de Versailles)
Jardin de Versailles, Place d'Armes, Versailles, France
봄이 되면 베르사유 정원은 온전히 활기를 되찾는다. 약 800헥타르에 달하는 광활한 이 정원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다. 먼저, 그랑 카날(Grand Canal)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유유자적 운하 위를 누비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잘 정돈된 프랑스식 정원의 호수와 분수들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정원 내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트리아농(Trianon)을 포함한 공원의 여러 구역을 편리하게 탐험할 수 있다. 특히 광활한 공원 곳곳에 조성된 산책로와 꽃밭, 조각상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또한, 정원 내에 위치한 여러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한 지역 재료를 활용한 가벼운 식사를 즐길 수 있고, 준비해 온 음식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봄의 따스한 햇살 아래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처럼 베르사유 정원은 역사와 자연,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며,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By Heetae JUNG 정희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