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여는 파리 주요 전시

비오는 겨울날, 파리지앵과 관광객들은 어디에 가 있을까? 비를 피해 그리고 추위를 피해 갈 수 있는 카페와 미술관이 그 정답일 것이다. 계묘년을 맞아 파리의 주요 박물관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전시 가운데 놓쳐서는 안 될 1월의 주요 전시를 소개한다.

모네-미첼 특별전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Fondation Louis Vuitton

2022년 세계 1위 부자에 오른 세계적인 미술 컬렉터,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문을 연 루이비통 재단에서는 추상 표현주의로 꾸준히 이름을 알려 온 조안 미첼과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 두 아티스트와 관련한 '모네-미첼 Monet-Mitchell'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다. 1925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1992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 조안 미첼은 잭슨 폴록과 프란츠 클라인 등이 참여한 뉴욕 화파에 소속되어 추상 표현주의 세계를 이끈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미국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녀는 반 고흐와 세잔, 마티스, 모네와 같은 위대한 현대 거장 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는데 컬러와 빛에 대한 고뇌를 캔버스에 펼쳐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를 늘 마음에 품어 온 작가는 1955년에 파리로 이주했고 클로드 모네를 동경했기에 모네가 지베르니에 정착하기 전에 살던 베퇴유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번 전시는 지베르니에 위치한 모네 정원의 수련 앞에서 길게 관찰된 모티브의 복원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마치 두 거장이 대화하듯 풍경과 자연에 몰입된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에 대해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과 볼티모어 미술관과의 협력했는데 350여 평의 공간에 전시된 50여 작품 중에는 루이비통 재단 소유의 작품 10여 점과 퐁피두 센터 소유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자연이 주는 기억의 풍경과 영감에서 온 밝고 활기찬 그녀의 그림은 멜랑꼴리한 파리의 비 오는 겨울 날씨를 지나 화사한 봄을 기다리는 파리지엔들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Location Fondation Louis Vuitton, 8 Av. du Mahatma Gandhi, 75116 Paris
Date 2023년 2월27일까지
Website www.fondationlouisvuitton.fr/en (외부 링크) *홈페이지 사전 예약 권고

프리다 칼로 특별 전시, 갈리에라 박물관 Palais Galliera

멕시코 출신 화가 프리다 칼로, 그리고 패션에 특별한 관심이 있다면 '프리다 칼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파리의 패션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로 향하자.

1907년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의 외곽에서 헝가리계 독일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프리다 칼로. 그녀의 이름은 독일어로 ‘평화’를 의미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어머니와 특별한 벌이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유년을 보낸 그녀에게 잇따라 닥친 불행은 참기 힘든 삶의 무게로 그녀를 짓눌렀다. 6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18세에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척추를 비롯해 몸의 상당 부분이 크게 다쳐 30여차례의 수술을 받은 끝에 겨우 목숨만 건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그녀는 의사가 되기 위한 꿈을 포기하는 대신 혁명적인 벽화 화가로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를 흠모하면서 붓을 들었다. 21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디에고와 결혼한 그녀는 이후 미국의 뉴욕, 디트로이트 등에서 활동하다 멕시코로 돌아왔는데 남편이 자신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는 등 여성 편력으로 관계가 틀어져 이혼에 이른다. 육체의 아픔과 정신적 충격도 그녀를 예술로부터 떼어 낼 수 없었고 그녀는 자신의 삶에 닥친 어려운 순간을 예술로 극복해 나가 위대한 예술가가 되었다.

갈리에라 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아픔을 이겨내고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미술가로 평가받는 그녀의 삶을 재조명한다. 이를 위해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카사 아줄 Casa Azul 에서 가져온 서신, 액세서리, 화장품, 의료 보철물, 옷에 이르기까지 생전에 사용하던 200여 종의 유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프리다 칼로의 유품은 그녀와 다시 재결합한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봉인했던 타임캡슐로 보존된 것들로 그녀의 사후 50년 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세간의 큰 이슈가 되었다.

‘패션 박물관’이라는 장소적 특성에 맞게 프라다 칼로의 의상과 액세서리들이 집중 조명되는데, 18세 교통사고 이후 멕시코 전통 의상만을 고집했던 아티스트의 패션에 대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Location Palais Galliera, 10 avenue pierre 1er de Serbie 75116 Paris
Date 2023년 3월 5일까지
Website https://www.palaisgalliera.paris.fr/en (외부 링크) *홈페이지 사전 예약 권고

파리 어반 아트 60년 특별전, 카피탈 Capitale(S), 파리 시청 Hôtel de ville

이미 세계적인 스트리트 작가로 이름을 알린 뱅크시 Banksy를 비롯해 인베이더 Invader, 미스틱 Miss Tic과 같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은 미술계에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의 대열에 들어선 유명 작가들이다. 특히 프랑스는 낙서의 행위를 강조하며 미학적 특징을 시도한 제라드 즐로티카미앙과 에르네스트 피뇽의 활동이 프랑스 스트리트 아트의 선구자로 등장했고 검은 생쥐를 ‘스텐실’ 기법으로 사용한 블랙 르 하, 버스 및 벽의 광고판을 변형한 설치물로 유명한 다니엘 보제스트 등은 그라피티 문화가 성행했던 미국과 다른 독창적인 ‘아트’의 형태로 발전시킨 프랑스의 대표적인 거리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파리 시청에서 열리는 이번 카피탈 전시는 파리가 지닌 문화유산과 예술의 도시로서의 명성에 새로운 시각적 혁명을 일으킨 스트리트 아트를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별히 파리시는 지난 90년대 이후 재능 있는 그라피티와 스텐실, 타일 작업 등에 재능 있는 창작자를 후원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 초대된 28명의 아티스트가 대표적이다.

초대 작가 중 파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베이더는 1969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인베이더 게임에 심취해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콘을 도심의 벽에 타일로 새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리 국립 미술 학교 학생으로 수학하는 등 제도권의 미술 세계에도 발을 들여놓았던 그는 거리를 캔버스 삼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1995년부터 파리를 넘어 전 세계 79개 도시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모자이크와 픽셀의 만남, 비디오 게임의 현실화를 진행 중인 인베이더는 이제 스타워즈, 핑크 팬더등으로 레퍼토리를 넓혀가는 중이다. 그밖에 아티스트 크라켄 Kraken 역시 기이한 문어 그림으로 파리의 벽을 장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공공장소에 허가 없이 그린 변방의 문화로 주민들에게 신고 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이들 창작물이 파리의 골목을 빛내는 작품으로 인정 받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거리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Location Salle Saint-Jean, Hôtel de ville, 5 rue de Lobau 75004 Paris
Date 2023년 2월 11일까지
Website https://www.paris.fr/evenements/capitale-s-60-ans-d-art-urbain-a-paris-25905/ (외부 링크) *홈페이지 사전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