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의 미학을 품은 예술 도시, 르아브르에서의 하루

오전 8시 30분 - 레 뱅 데 도크

상쾌한 하루 첫 일과로 현대식 수영장 레 뱅 데 도크(Les Bains des Docks)에서의 조기수영을 추천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세상에서 가장 쿨한 수영장’으로 선정하기도 한 레 뱅 데 도크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이다. 총면적이 5,000m2에 달하는 이 건물의 특징은 사방이 흰색과 직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수영장을 비롯해 테라스, 미끄럼틀도 조성된 레 뱅 데 도크는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인증샷’ 배경지로 안성맞춤이다. 르아브르에서 가장 ‘쿨’한 건축물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한껏 즐겨 보자. 레 뱅 데 도크(Les Bains des Docks) 수영장 사이트 (외부 링크)

오전 10시 - 생조제프 교회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르아브르는 폭격의 피해를 크게 입어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종전 후 1950년대 들어 ‘콘크리트의 시인’이라 불린 선구자적 건축가 오귀스트 페레가 르아브르를 재건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시내 중심가를 지키는 르아브르 시청 건물 17층에 조성된 생조제프 교회는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다. 시티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또 다른 명소가 있다. 바로 6,500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영롱한 빛을 발하는 생조제프 교회(Eglise Saint-Joseph)다. 높이가 107m에 이르는 교회 건물 꼭대기 층에 설치된 종탑 모양은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떠올린다. 이곳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여름 현대미술가 초청 프로그램인 <르아브르에서의 여름 Un Été au Havre>을 진행한다. 독특한 매력과 널찍한 공간을 고루 갖춘 생조제프 교회에서 예술가들은 르아브르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르아브르는 역사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아름다운 도시다.

낮 12시 - 레스토랑 레 장팡 사주

점심 식사는 르아브르 대표 맛집, 레 장팡 사주(Les Enfants Sages)에서 해결하자. ‘착한 아이들’이라는 뜻의 레 장팡 사주는 과거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식당으로, 요리의 정통성은 고수하면서도 소박함과 친근함으로 고객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비스트로노미(bistromonie) 맛집이다. 셰프가 심혈을 기울여 고안한 메뉴는 미각과 시각에 고루 만족을 선사한다. 소볼살을 저미고 다진 요리로, 머스터드 샹티이에 곁들여 먹는 프레세 드 주 드 뵈프(pressée de joue de bœuf), 홈메이드 프렌치프라이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프랑스식 소고기 육회 요리 타르타르 드 뵈프(tartare de bœuf) 등이 이곳의 간판 메뉴다. 어린 시절 등굣길을 걷던 기억이 맛집으로 향하는 길과 이어지며 선사하는 더욱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만끽해 보자. 레 장팡 사주(Restaurant Les Enfants Sages) 레스토랑 사이트 (외부 링크)

낮 1시 30분 - 공중정원

맛있는 식사를 마쳤다면 소화할 겸 공중정원(Les Jardins Suspendus)을 느긋하게 산책해 보자. 넓이 17ha의 자연 지대에 조성된 르아브르 공중정원은 3,000m2 규모의 온실과 장미원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5개 대륙에서 건너온 각종 다양한 식물군도 서식하고 있다. 오래된 요새를 개조해 만든 공중정원은 바다와 센 만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파노라마 시티뷰를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뷰포인트다. 매년 여름 <르아브르에서의 여름>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들의 작품이 이곳 공중정원에 전시되기도 한다. 공중정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공중정원(Les Jardins Suspendus 사이트 (외부 링크)

낮 3시 - 앙드레 말로 현대 미술관(MuMa)

바다에서 600m 거리에 자리 잡은 앙드레 말로 현대 미술관(MuMa – Musée d’Art Moderne André Malraux)은 건물 전체가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현대 건축물이다. 넓은 공간감과 밝은 빛이 돋보이는 Muma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현대미술 애호가라면, 우리와 동시대를 살며 작품 활동을 펼쳐나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센터 르 포르티크(Le Portique)에도 가볼 것을 추천한다. 여러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창의적 교류가 이뤄지는 예술실험실 르 포르티크는 이미 검증된 예술가뿐 아니라 떠오르는 신예 예술가들의 작품도 고루 소개한다. 예술적 영감을 가득 얻을 수 있는 장소다.

오후 4시 - 해변 위 작은 오두막

예술 도시 르아브르는 해변마저도 예술적이고 심미적이다. 자갈이 수놓은 르아브르 해안가에는 색색으로 칠해진 작은 오두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멋진 그래픽아트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을 특유의 줄무늬는 르아브르의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대표한다. 해변 오두막 도색 작업은 매년 봄 실시된다. 여러 건축 명소와 예술 명소를 여행하는 일정 사이에 잠시 이곳에서 해변에서 쉬어가는 시간도 끼워 넣을 것을 추천한다. 요오드가 가득 함유된 바닷바람을 쐬면, 다시 발걸음을 옮길 힘이 절로 재충전될 것이다.

저녁 8시 30분 - 르 볼캉 아트센터

르 볼캉(Le Volcan)은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디자인을 맡은 아트센터다. 르 볼캉의 프로그램은 현대무용, 낭만주의 발레, 협주곡 등 프랑스에서 제작되는 여러 무대예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직선의 강렬함을 강조하는 건축물로 가득한 르아브르 한가운데 자리 잡아 웅장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유니크한 건축물이다. 직선과 곡선의 오묘한 조화. 예술 도시 르아브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매력이다.

밤 11시 - 방 드 우에스트 호텔

방 드 우에스트 호텔(Hôtel Vent d’Ouest)은 위로는 생조제프 교회가, 아래로는 바다가 보이는 멋진 뷰를 갖춘 편안한 4성급 호텔이다. 코지함과 빈티지한 매력을 고루 갖추고 바다 느낌도 물씬 풍기는 데코가 돋보이는 이곳에서 휴식하며 르아브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편안한 객실 침대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면, 예정보다 며칠 더 오래 르아브르를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지도 모른다.

노르망디 르아브르 가는법 

르아브르(Le Havre)는 파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으며, 해협 가장자리에 위치한 항구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