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앙제 풍성한 문화가 숨쉬는 역사 도시

1분 1초를 아낌없이 알차게 보내기 위해 2주간 4개 도시의 구석구석을 뛰어다닌 여행 매거진 '트래비' 기자의 두 번째 프랑스 여행기. 엽서에 갇힌 듯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다가도 그 누구보다 활력 넘치는 레이싱 대회가 열리는 도시 르망과 웅장한 겉모습과는 달리 아기자기한 반전 매력을 뽐내는 도시 앙제를 만나보자.

르망,
엽서같은 일상 속으로

운이 따랐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르망 시내 중심, 생 줄리앙 대성당 앞. 노천시장 자코벵 마켓(Market Des Jacobins)에선 거래가 한창이었다. 노란 튤립과 신선한 굴, 흙 묻은 당근과 오래된 바이올린. 이 모든 게 바쁘게 주인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인근 밭과 바다에서 난 농수산물은 일주일에 세 번, 아침 7시에 최고로 신선한 상태로 가판대에 오른다. 아무 과일(특히 납작복숭아)이나 골라도 설탕을 세 겹은 바른 듯 달콤하다.

조용한 도시의 반란, '르망 24시'

르망은 세계적으로 유서 깊은 카 레이싱 대회 ‘르망 24시’가 열리는 곳이다. 왜 24시냐면, 진짜 24시간 내내 경주를 한다. 매년 6월, 밤이 가장 짧은 날, 14km의 트랙을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돌아 가장 많은 랩(lap)을 돈 차량이 승리의 트로피를 거머쥔다. 특이한 건, 레이싱 트랙과 일반 도로가 섞여 있는 트랙을 돈다는 것. 삐까뻔쩍한 레이싱 카들이 두 개의 마을을 가로지르며 내달리는데, 대회 시즌엔 르망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된단다. 하루 꼬박 진행되니 새벽쯤 되면 드라이버도 관중들도 벤치 어딘가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웃픈(?)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고. 직관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다행히 르망 24시 박물관이 달래 준다.

앙제
- 웰컴 투 앙제랜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을 떠날 때 가장 좌절스러운 순간은 이미 본 듯한 풍경을 마주했을 때다. 여행 경험이 누적될수록 이런 순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유럽이 특히 그렇다. 비슷비슷한 성당에 거기서 거기인 거리들. 낯익은 풍경의 연속. 그런 이들에게 앙제는 말한다. ‘어이, 당신이 뭘 예상하든 난 더 놀라운 걸 보여 줄게.’ 그 말의 근거는 단연 앙제 성(Chateau d’Angers)에 있다.

앙제 성의 첫인상

첫인상에서 이미 압도당했다. “대체 저게 뭐야?” 보는 이마다 내뱉는 실소 어린 감탄사는 1km의 두툼한 성벽과 17개의 우락부락한 방어 탑에서 비롯된다. 서유럽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외관인데, 사실 위압적인 게 당연하다. 그러라고 만들었으니까. 군사적 요충지답게 앙제 성은 적의 함선이 멘(Maine)강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벽은 높게, 탑은 견고히 쌓았다. 적의 동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앙제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지어졌고(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왕실 군대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도 자연히 달성됐다. 무려 13세기의 일이다.

앙제 성의 첫인상

첫인상에서 이미 압도당했다. “대체 저게 뭐야?” 보는 이마다 내뱉는 실소 어린 감탄사는 1km의 두툼한 성벽과 17개의 우락부락한 방어 탑에서 비롯된다. 서유럽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외관인데, 사실 위압적인 게 당연하다. 그러라고 만들었으니까. 군사적 요충지답게 앙제 성은 적의 함선이 멘(Maine)강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벽은 높게, 탑은 견고히 쌓았다. 적의 동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앙제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지어졌고(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왕실 군대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도 자연히 달성됐다. 무려 13세기의 일이다.

반전 매력의 내부

겉모습은 마동석급 체격인데, 내부는 팅커벨처럼 올망졸망하다. 사람이든 성이든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 언젠가 디즈니랜드에서 본 풍경과도 닮았다. 이건 거의 ‘앙제랜드’다. 잘 구획된 프랑스식 정원엔 이국적인 나무들이 콕콕 박혀 있고, 왕족들이 주거용으로 썼던 15세기 건물과 기도실이 딸린 예배당에선 유니콘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길이 140m의 세계 최대 중세 태피스트리 ‘요한계시록 태피스트리’는 성의 매력에 방점을 찍는다. 외관은 그렇게 위협적이더니만. 방어를 뚫으니 이런 아름다움이 기습해 온다.

반전 매력의 내부

겉모습은 마동석급 체격인데, 내부는 팅커벨처럼 올망졸망하다. 사람이든 성이든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 언젠가 디즈니랜드에서 본 풍경과도 닮았다. 이건 거의 ‘앙제랜드’다. 잘 구획된 프랑스식 정원엔 이국적인 나무들이 콕콕 박혀 있고, 왕족들이 주거용으로 썼던 15세기 건물과 기도실이 딸린 예배당에선 유니콘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길이 140m의 세계 최대 중세 태피스트리 ‘요한계시록 태피스트리’는 성의 매력에 방점을 찍는다. 외관은 그렇게 위협적이더니만. 방어를 뚫으니 이런 아름다움이 기습해 온다.

고대 도시 앙제

앙제 성만 보고 떠나기엔 앙제의 그릇이 너무 크다. 앙제는 고대 도시의 터다. 앙제의 그릇엔 앙제 성 말고도 오래된 거리, 성곽과 성당, 주택 등 중세의 유적이 찰랑찰랑 담겨 있다는 뜻이다. 앙제가 프랑스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3번이나 꼽힌 이유는, 오래된 것을 잘 보존하려는 노력과도 분명히 관계가 있다.

📌 르망 & 앙제 호텔 추천

호텔 머큐어 르망 센터(Hôtel Mercure Le Mans Centre)
19 Rue Chanzy, 72000, Le Mans

건물 자체는 약간 낡았지만 시내와 가깝고 (의외로) 조식 퀄리티가 훌륭하다.
빵, 치즈, 잼, 버터류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랜드 호텔 드 라가르(Grand Hôtel de la Gare Angers)
5 Pl. de la Garde, 49100 Angers

3성급 비즈니스 호텔의 정석. 앙제역에서 뛰면 30초 거리다.
캐리어가 무거워도 부담이 없다. 가격 부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