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이 추천하는 프랑스 대서양 휴양지 TOP 4

프랑스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여름을 즐기기에 좋은 이름난 휴양지들이 많다. 파리를 기준으로 북쪽에는 파리 21구로 불릴 정도로 파리 사람들의 별장이 많은 고급 휴양지 도빌과 인상파 화가들의 화폭에 자주 등장해 온 옹플뢰르 등의 노르망디가 유명하고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마르세유에서 니스, 칸, 모나코로 연결되는 지중해 휴양지들이 손에 꼽을 수 없을 만치 많다. 그러나 올해의 일기 상황은 특별해서 노르망디 지역은 잦은 비와 추운 여름이 계속되고 지중해와 맞닿은 남부 프랑스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산불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그래서인지 2023년에는 대서양의 휴양지들이 부쩍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 빨라진 LGV 열차를 이용하여 보르도나 비아리츠로 이동한 다음 렌트카를 이용하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즐길 수 있는 대서양 휴양지로 떠나보자.

라 로셸 La Rochelle

라 로셸은 샤랑트 마리팀 주의 주도로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했던 대서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구 도시이다. 10세기 이후 대서양 횡단 항로의 발착지이자 캐나다의 퀘벡으로 향하던 프랑스 이민자들의 출발지도 여기였다. 1360년 브레티니 조약에 따라 영국에 지배를 당하기도 했으나 1371년 프랑스가 재탈환했으며 보르도에서 온 와인을 수출하는 무역을 통해 번영의 길을 걸어왔다. 인구 7만여 명의 조용한 도시 분위기라 걷기에 좋은 도시지만, 관광객들이 몰려 활기를 띠는 여름에는 도시 전체가 활기로 가득 차서 그 열기는 밤늦도록 계속된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풍부한 건축 유산이 있는 구항구 주변에는 12세기에 지어진 42m 높이의 건축물인 세인트 니콜라스 타워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마지막 고딕 양식의 중세 등대이자 감옥으로 이용되었던 55m 높이의 램프의 탑 Lantern Tower 등을 방문하여 시가지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서쪽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구항구 서쪽의 콩큐랑스 비치나 미님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그밖에 대서양의 해양 생물과 만날 수 있는 아쿠아리움과 프랑스 리얼리즘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순수 미술 박물관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보다 보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일 드 레 Île de Ré

프랑스 본토의 섬 중에서 코르시카, 올레롱, 벨 일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섬으로 육지와는 3km의 다리로 연결된다. 섬 안의 캠핑장에 둥지를 튼 다음 그림 같은 작은 마을들과 신선한 먹거리로 가득한 현지 시장, 울창한 소나무 숲과 모레 해변에서의 책 읽기,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롯이 휴식을 취하는데 여기만 한 곳이 있을까? 1960년대의 프랑스 영화 세트장과도 같은 라 플로트 La Flotte 마을에 있는 항구와 산책로 12세기에 지어진 교회를 돌아본 후 L’Ecailler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는 후회가 없을 것이고 리베두 플라주 Rivedoux-Plage에 가면 갯벌에서 조개를 잡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현지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생각이라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된 아스 앙 레 Ars-en-Ré에서 출발하는 20km 여정(4시간 15분)의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추천한다.

캅 페레 Cap Ferret

울창하게 늘어선 소나무 숲과 주변의 해변이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 주는 로컬들의 여름 바캉스 천국. 유럽에서 가장 큰 모레 언덕인 뒨 뒤 필라 Dune du Pilat와 마주하고 서핑과 수영을 할 수 있는 해변은 그리 북적이지 않는다. 필립 스탁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고급스러운 주거지가 있는 세련된 휴양지로 멋진 프랑스인들이 여유롭게 칵테일을 즐기는 바와 한여름에도 신선한 굴을 즐길 수 있는 오두막 같은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생산하는 굴을 커다란 쟁반 가득 내온다. 조류의 생태계에 관심이 있다면 유람선을 타고 일 년 내내 150여 종의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새의 섬 Île aux Oiseaux’을 추천한다. 기념품점에 있는 엽서마다 소개되는 새의 섬은 바다 가운데 2개의 나무집이 인상적인데 여기에는 식수도 전기도 없는 문명의 혜택과 상관없이 지내는 과거 굴 양식장을 감독하는 경비원의 집으로 미스테리한 매력이 느껴진다. 11개의 마을, 7개의 해변으로 이뤄진 캅 페레의 여러 마을 중 시간이 없다면 에메랄드 빛 바다와 멋진 빌라, 굴 양식을 위한 오두막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그랑 피케 Grand Piquey 마을을 추천한다.

비아리츠 Biarritz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국경에 있는 비스케이만 연안의 휴양 도시로 세계 서핑 챔피언십이 열리기도 하는 전 세계 서퍼들의 천국이다. 과거에는 포경선이 모여드는 고래 사냥지로 유명했으며 1800년대 유럽 전역 왕족들의 휴양지로 사랑받았으며 대표적인 인물로는 나폴레옹 3세와 빅토르 위고, 코코 샤넬, 찰리 채플린, 피카소 등이 있다. 6km에 이르는 넓은 해변 그랑 플라주 La Grande Plage에는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로 가득하다. 비아리츠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해양 스포츠만 발달한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1888년에 지어진 르 파르 골프장 Le Golf du phare과 해수욕을 즐기며 릴렉스할 수 있는 탈라소 테라피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다. 부자들의 휴양지여서 웬만한 대도시에서도 흔치 않은 에르메스와 고야드, 샤넬 같은 럭셔리 브랜드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주요 볼거리로는 과거 아탈라이 곶에서 빛줄기가 나와 폭풍우에 난파의 위기를 맞은 어선을 육지로 인도했다는 전설에 의해 세워진 비아리츠의 상징인 ‘성모 바위’는 에펠탑을 세운 귀스타브 에펠의 작품으로 유명하고 19세기에 세워진 등대에 오르면 바스크 지방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비아리츠 항구를 따라 늘어선 타파스 전문점에서 이 지역의 차콜리 와인과 타파스를 함께 즐기는 미각으로의 여행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