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몽풋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다섯 가지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리그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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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Damase/Auvergne-Rhône-Alpes Tourisme
© J. Damase/Auvergne-Rhône-Alpes Tourisme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5 4월 2024

클레르몽풋63(이하 클레르몽풋)은 프랑스 중부 지역에 있는 클레르몽-페랑을 연고로 한 팀이다. 프랑스 리그앙 소속팀 지도를 보면 중부를 빼고 반지 모양으로 팀들이 연결되는 걸 볼 수 있는데, 클레르몽풋은 유일하게 반지 안에 들어가 있다. 연고지인 클레르몽-페랑은 매우 특별하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고, 지리적으로도 화산지대와 가까운 곳이다. 프랑스 내에서 문명과 자연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도시라고 보면 된다.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클레르몽-페랑에 가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단편 영화제에 참석하고 타이어 회사 미슐랭 본사를 방문한 뒤 클레르몽풋 경기를 볼 수 있다.

리그앙으로 가는 데 100년

클레르몽풋은 1911년 창단한다. 당시 이름은 스타드클레몽투아(Stade Clermontois)다. 클레르몽풋은 1945-46시즌 프랑스컵 준결승에 오르며 정점에 도달했으나, 바로 다음 시즌인 1946-47시즌에 재정난으로 프로 자격을 잃었다. 클레르몽풋은 1966년에야 다시 프로팀이 됐고, 1984년에는 AS몽페랑과 합병하며 클레르몽페랑풋볼클럽(CFC)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팀은 클레르몽풋오베르뉴(Clermont Foot Auvergne)로 개명했고(현재 팀 이름으로 개명한 것은 2014년), 1993년에 프로라 할 수 있는 리그되(2부리그)로 승격한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팀은 2020-21시즌에 리그되에서 2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리그앙에 올랐다. 팀 창단 후 100년 만에 최상위 리그를 밟았다.

갈리아 영웅과 63이 상징?

클레르몽풋은 2004년에 지금의 구단 엠블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구단명과 축구공 그리고 구단명을 상징하는 첫 글자 ‘C’를 엠블럼에 썼다. 현 엠블럼은 방패 모양으로 말 탄 기사가 가운데 들어가 있고 가장 밑에 축구공과 그 안에 숫자 63이 있다. 기사의 정체는 갈리아 베르고비족 족장인 베르생제토릭스(베르킨케토릭스)다. 시내에 있는 조드 광장에 서 있는 동상 모양을 따온 것인데, 베르생제토릭스는 갈리아족의 영웅이다. 프랑스 제3공화국은 프랑스의 출발점을 갈리아족으로 설정하고, 알레시아 공방전에서 갈리아족을 이끌고 로마 제국의 시저와 맞서 싸운 베르셍제토릭스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조드 광장에도 1903년 이 동상을 세웠다. 63은 클레르몽-페랑의 지역 코드다.

프랑스컵 드라마

클레르몽풋은 프랑스컵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두 차례 거뒀다. 1996-97시즌과 2004-05시즌에 각각 8강에 올랐다. 클레르몽풋은 1996-97시즌에 구단뿐 아니라 프랑스컵 역사에도 길이 남을 드라마를 남겼다. 당시 4부리그 소속으로 프랑스컵에 출전한 팀은 올리비에 앙졸라 골키퍼를 앞세워 이변을 만들기 시작했다. 64강과 32강에서 리그되 소속팀인 로리앙과 마르티그를 각각 3-2, 1-1(승부차기 5-3)으로 꺾었다. 두 차례 승리로도 충분했지만, 클레르몽풋은 16강에서 파리생제르맹과 연장 혈투 끝에 4-4로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당시 앙졸라는 PSG 영웅 중 하나인 폴 르 갱의 승부차기도 선방했다. 클레르몽풋은 8강에서도 리그앙 소속인 니스와 연장 혈투를 벌여 1-2로 아쉽게 패했으나 프랑스 축구 팬들은 이들의 동화에 박수를 보냈다.

여자 지도자를 선임한 선구자

클레르몽풋은 리그앙으로 오르기 전에 이미 프랑스 축구계에 역사적인 순간을 남겼다. 2014년에 프랑스 프로팀 중 처음으로 여성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포르투갈 출신 엘레나 코스타에 지휘봉을 맡겼다. 물론 코스타는 한 달 만에 감독직에서 내려오면서 구단을 “아마추어 같다”, “존중이 부족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클레르몽풋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여성 지도자 코린 디아크르에게 팀을 맡겼다. 디아크르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그는 나름 성공적으로 클레르몽풋에서 임기를 마치고,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프랑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았다.

경기장은 더 크게

홈경기장은 스타드 가브리엘-몽피에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이자 클레르몽-페랑 시장을 역임한 몽피에의 이름을 딴 이 경기장은 1995년 12월 30일 개장했다. 당시 경기장 수용 규모는 10,810석이었다. 이 경기장은 아일랜드 리머릭에 있는 토몬드 파크에 영감을 받아 두 개의 ‘눈’처럼 생긴 관중석 스탠드를 갖추고 있다. 클레르몽-페랑시는 2011년에 팀이 리그되로 승격하면서 경기장을 확장하기로 했고, 일단 모듈 스탠드를 설치했으며 2020-21시즌이 끝난 후에는 3천석 규모의 사이드 스탠드를 더 만들었다. 2024년 1월, 시와 구단은 임시 스탠드를 철거하면서 수용 규모를 16,200석으로 늘리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에 성적이 좋으면 경기장 규모를 3만 석까지 늘리는 계획도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다.

By Chung RYU

류청 기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스포츠 전문 미디어 히든 K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행과 문화 등 축구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책 <사람은 축구를 공부하게 만든다>, <유럽 축구 엠블럼 사전>, <월드컵 축구 엠블럼 사전>,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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