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 이야기 <스물둘, 파리에서의 사계절> Part 1. 가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나의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 22살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떠나 파리에서 사계절을 보낸 문성희 작가는 파리에 사계절을 머물며 문화, 예술, 낭만 그리고 인생을 배웠다. 어느 가을 밤 파리에 도착한 그녀가 들려주는 파리의 공기를 느껴보자.

첫 날

파리에서의 사계절 2
12시간이 지나 5명의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고, 교수님과 담당자님께서 우리를 데리러 와 주셨다. 기숙사에 도착해 환영의 의미로 미리 준비해주신 바게트, 하몽, 멜론, 치즈 등을 저녁으로 먹었는데 내가 평소에 먹던 음식들과는 확연히 다른 저녁 식탁 모습에 프랑스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저녁까지 먹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잠이 솔솔 몰려왔다. 하지만 담당자님께서는 프랑스에 처음 도착한 우리를 위해 파리 투어를 기획해 주셨고, 우리는 몽롱한 상태로 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비 오는 파리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애써 눈을 뜰 때마다 창 밖은 에펠탑, 개선문,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주 멋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일기를 쓰는데도 내가 오늘 본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다

파리에서의 사계절 4
사실 한국에서의 나는 삶에 약간의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항상 똑같은 버스를 타고 똑같은 학교에 가고, 익숙한 풍경을 보고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같은 지역에서 다녔기에 더더욱 어려울 것도,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파리라는 도시에서는 매일이 처음 보는 것들, 처음 해보는 것들로 가득 찼다. 가도가도 안 가본 곳들이 나와서 지루할 틈이 없다. 모든 게 다 신기했던 어릴 때의 나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파리의 야경

친구와 루브르 박물관 지하에 있는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감상평을 나누며 계단을 따라 밖으로 나오던 때였다. 그때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파리의 야경. 우리는 동시에 침묵하였다가 동시에 감탄이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앞에는 금빛 불빛들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이, 뒤에는 에펠탑이 반짝이고 있었다. 파리가 예쁜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온 건 처음이었다. 아, 역시 해가 지고 난 뒤에 파리는 또 다른 모습의 파리구나. 파리가 왜 사랑에 빠지기 좋은 도시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 앞에 앉아, 파리의 금빛 불빛 아래 낭만을 만끽했다.

센강에서 춤을

파리에서의 사계절 6
강가에 쪼르르 앉아 노트르담대성당을 보며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영국인 친구가 캐나다인 친구에게 왈츠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순간 그 주위 모든 것들이 멈췄고, 그 둘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눈 앞에 영화가 펼쳐진 느낌이었다. 조심스럽게 춤을 추고 있는 둘의 모습과 센강에 비친 금빛 불빛이 잘 어울렸다.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고 싶은 파리 생활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그렇게 우린 긴 시간 동안 노래를 듣고 대화와 춤을 나누며 새벽을 보냈다.

저자 : 문성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인 무대에서의 공연과 파리에서의 일 년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파리행을 택한 문성희 작가. 그렇게 마지막 연습실을 나오며 엉엉 울었고, 파리를 원망하며 파리에 가게 되었지만 결국 파리와 사랑에 빠져 돌아왔다.
<스물 둘, 파리에서의 사계절>에는 70번의 공연과 65번의 전시 관람을 통해 알게 된 파리의 재즈 바, 전시관, 특별한 장소 추천 글이 가득하다. 평생 예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돋보인다.

파리에서의 사계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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