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와인 한번 사서 마셔볼까? 프랑스 여행을 하며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이다. 하지만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와인병들 사이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함이 앞서게 된다. 맛은 어떤지, 향은 어떤지, 가격대는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수 없는 질문에 고민만 하다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다. 현지 가이드가 알려주는 와인 구매 팁을 참고해 실패 없는 와인 쇼핑을 즐겨보자.
프랑스 와인은 왜 어려울까?
프랑스 와인은 기본적인 와인 공부가 있어야 이해를 하고 구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포도 품종이라던지 와인의 기본적인 정보가 와인라벨에 적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와인라벨에 ‘본 로마네(Vosne-Romanée)’라고 적혀 있다고 가정해보자. 와인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본 로마네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라는 것은 안다. 또한 이 지역은 피노누아라는 포도품종만을 사용해 레드와인을 만들기에 텁텁한 맛이 강하지 않고 향이 우아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와인이라는 것 또한 안다. 하지만 와인을 평상시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막연한 이야기이다. 그럼 어떻게 와인을 구별하고 구매해야할까?
첫 번째, 와인의 색 결정하기
와인은 색에 따라 크게 화이트와 레드 그리고 로제로 나뉜다. 화이트와 로제는 텁텁한 맛이 적고 산뜻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 많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본식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는 용으로 많이 즐긴다. 상큼한 샐러드 같은 가벼운 전식 또는 해산물과의 궁합이 좋다.
레드와인은 입안에서의 텁텁한 맛이 있고 와인의 무게감 또한 깊다. 그래서 무거운 육류나 진한 소스류가 곁들어진 요리와의 궁합이 좋다. 그렇기에 가볍게 와인을 먹을지 무게감 있게 먹을지에 따라서 와인의 색을 먼저 결정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가격대 고르기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여 안 좋은 와인, 비싸다고 꼭 좋은 와인은 아니다. 물론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더 고급 와인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와인의 퀄리티가 마냥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격이 낮을수록 좀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와인이라면 가격이 높을수록 향과 맛에서의 복합미가 좋은 감각적인 와인을 만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좀 더 쉽게 갓 끓여낸 미역국과 6시간을 푹 끓여낸 미역국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의 깊이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세상에 안 좋은 와인은 없으니 자신의 예산에 맞추어 가격대를 고르자.
세 번째, 수상 경력이 있는 와인을 찾아보기
와인의 색과 가격대를 정했다면 그것에 맞는 와인들을 살펴본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해도 무엇을 사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때 가장 좋은 방법은 수상 경력이 있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다. 와인병을 보면 메달의 모습을 한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들이 있다. 각종 와인 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표시해둔 것이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니 어느정도의 퀄리티는 보장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수상 경력이 있는 와인을 찾도록하자.
네 번째, 슈퍼마켓보다는 와인 전문샵으로 가기
프랑스는 작은 슈퍼마켓에도 와인을 판매한다.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와인코너를 담당하는 전문가를 만나기는 어렵다. 그러니 와인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와인샵으로 가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와인샵 체인은 니콜라스(Nicolas)와 르 흐패흐 드 바쿠스(Le Repaire de Bacchus)등이 있다.

다섯 번째, 자신의 와인 기호 파악하기
조금 더 성공적인 와인 구매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와인기호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와인 전문샵에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할 때도 어떤 와인을 찾는지 알려주어야 추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정보들을 전문가에게 알려줘야 나에게 알맞은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을까? 다섯가지만 기억하도록 하자.
“신맛, 단맛, 떫은맛(타닌), 무게감, 가격”
여기서 말하는 무게감이라는 것은 물, 우유, 두유를 마실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다섯가지를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와인을 말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신맛과 단맛이 적고, 떫은맛(타닌)이 강하며 무게감이 무거운 와인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격대는 20유로 정도의 레드와인을 원합니다.” 불어를 못하여도 괜찮다. 우리에겐 번역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문장을 한글로 적어 번역기를 통해 보여주면 적절한 와인을 추천해 줄 것이다. 그것들 중에 마음에 드는 와인을 구매하면 된다.
여섯 번째, 와인 사진 이용하기
즐겨 먹었던 와인이나 맛있게 먹었던 와인사진이 있다면 그것을 와인샵에서 보여주면 된다. 그럼 비슷한 느낌의 와인들을 추천해 줄 테니 쉽게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와인은 우리에게 참 어려운 술로 자리매김해 있다. 종류도 워낙 다양하거니와 온갖 격식은 다 차리고 마셔야 하는 술의 이미지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게 일상 속에 녹아있는 술이다. 마치 우리네 소주와 막걸리같은 것이 프랑스에서는 와인이다.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기쁨을 노래하며 슬픔을 나눌 때 항상 옆에 놓여져 있던 술. 한마디로 프랑스인들의 애환과 삶의 희노애락이 모두 다 스며들어 있는 음료인 것이다. 이들의 문화를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성공적인 와인구매를 통해 프랑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By 정희태 가이드
와인과 사랑에 빠져 2009년 처음 프랑스로 오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국가 공인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여 활동 중이다.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파리의 미술관>,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디스이즈파리> 총 네권의 책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