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오면 어떤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맛볼 수 있을까?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는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파리의 시장 역시 언제나 제철 먹거리로 풍성하다. 따뜻한 색감의 호박류부터 바다 향 가득한 조개류까지, 가을이면 프랑스에는 미식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맛있는 식재료가 한가득이다. 지금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가을 제철 식재료를 소개한다. 물론 이 목록이 전부는 아니다!
사과가 맛있는 계절

달콤하거나 새콤하게, 생으로 먹거나 익혀 먹거나.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사과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가을의 대표 과일이다. 파리 시장에서는 골든(Golden), 갈라(Gala), 그래니 스미스(Granny Smith)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사과 품종은 약 400종에 이른다.
초록, 노랑, 분홍, 빨강까지 색깔도 다양한 사과는 파티시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식재료이기도 하다.세계 최고의 파티시에로 선정된 크리스텔 브뤼아(Christelle Brua)는 설탕 공예로 사과 모양을 재현한 뒤 아이스크림과 시드르, 톡톡 터지는 설탕을 채운 디저트로 큰 주목을 받았다.
뿌리채소의 숨은 매력

당근과 비트, 순무는 익숙하지만 먹을 수 있는 뿌리채소의 세계는 훨씬 다양하다. 미식가라면 은은하고 섬세한 풍미의 돼지감자(topinambour)를 눈여겨보자. 퓌레로 만들거나 버터에 가볍게 볶기만 해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파스닙(panais)은 특히 부드러운 수프에 넣었을 때 특유의 맛이 잘 살아난다.
한동안 잊혔던 이 뿌리채소들은 최근 다시 주목받으며 파리 시장은 물론, 오래된 품종과 제철 식재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급식 식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을이면 꼭 한 번 맛봐야 할 제철 식재료다.
모양도 맛도 제각각, 호박

조금 울퉁불퉁하고 기묘한 모습일지라도 속은 언제나 알차다. 가을이 되면 파리 시장은 선명하고 따뜻한 빛깔의 호박으로 가득 찬다. 독특한 형태 덕분에 맛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며, 정원을 꾸미는 가을 장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익숙한 큰 호박(citrouille)부터 스파게티 스쿼시, 버터넛 스쿼시, 포티마롱(potimarron, 밤 맛이 나는 호박), 파티두 호박(patidou)까지 모두 박과 식물에 속한다. 그라탱이나 크림 수프로 즐기면 따뜻하고 맛있는 가을 한 끼가 완성된다. 이 계절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식재료다.
가을에 더 맛있는 치즈

치즈 플래터든 요리든, 치즈 역시 계절에 따라 가장 맛있는 시기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파리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을 치즈로는 알프스에서 생산되는 AOP 치즈 아봉당스(Abondance)가 있다. 여름에 만들어 숙성된 치즈가 바로 이 시기에 제 맛을 낸다. 풍부한 과일 향이 느껴지는 단단한 치즈로, 갈아서 그라탱에 풍미를 더하거나 작은 큐브로 잘라 아페리티프와 함께 즐기기 좋다.
블루치즈처럼 푸른곰팡이를 이용해 만드는 치즈도 가을에 절정의 맛을 자랑한다. 강렬한 풍미는 마침 이 계절에 맛이 오르는 배와 호박, 무화과의 달콤함과도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
조개와 갑각류

가을이 시작되면 파리 시장의 해산물 코너에도 조개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홍합과 굴, 새조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진정한 주인공은 가리비(coquille Saint-Jacques)다. 가리비 조업은 엄격하게 관리되며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진다. 섬세한 맛을 자랑하는 가리비는 시장에 등장하기 무섭게 미식가들의 식탁과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카르파초로 생생한 맛을 즐기거나 소스를 곁들이고, 가볍게 겉면만 구워 먹어도 좋다. 비타민과 오메가3도 풍부해 가을을 든든하게 보내기 좋은 식재료다.
버섯

공기도 빛도 거의 없는 곳에서 자라는 버섯은 참 신기한 식재료다. 하얗고 보송한 표면의 양송이버섯(champignon de Paris)을 비롯해 꾀꼬리버섯(girolle), 그물버섯류인 세프 버섯(cèpe), 느타리버섯(pleurote), 곰보버섯(morille) 등이 가을 파리 시장을 풍성하게 채운다. 유기농 시장에서 만나는 버섯 가운데 일부는 파리 지하에 자리한 도시 농장 라 카베른(La Caverne)에서 재배된다. 파리에서 로컬 식재료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더없이 반가운 가을 먹거리다.
가을이면 역시 양배추

녹색 양배추와 흰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로마네스코까지. 가을을 대표하는 양배추류는 종류만큼 맛과 식감도 다양하다. 여름이 지나면 파리 시장의 가판대로 다시 돌아와 제철 음식을 사랑하는 미식가들을 반긴다.
그라탱이나 볶음 요리, 속을 채운 요리, 퓌레 등 조리법도 무궁무진하다. 저마다 다른 식감과 맛 덕분에 아무리 다양하게 즐겨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파리의 르 쥘 베른(Le Jules Verne)을 이끄는 프레데리크 앙통(Frédéric Anton) 같은 유명 셰프 역시 이 풍성한 식재료를 즐겨 활용한다. 올가을 양배추를 지나칠 이유는 없다.
헤이즐넛의 계절

가을이 깊어지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파리 시장에 헤이즐넛이 다시 등장한다는 것.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소한 맛은 물론 비타민도 풍부한 견과류다.
간식으로 하나씩 집어먹어도 좋고, 유명 파티시에들의 작품 속에서 더욱 섬세한 풍미를 즐겨도 좋다. 얀 쿠브뢰르(Yann Couvreur)는 ‘뷔슈 오 메르베유(Bûche aux merveilles)’를 비롯한 여러 디저트에서 헤이즐넛의 매력을 살려내며,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는 ‘앵피니망 프랄린 누아제트(Infiniment praline-noisette)’로 달콤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감을 채워줄 작은 달콤함이 더욱 반가운 계절이다.

By 샤를로트 시롱 (Charlotte Chir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