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프랑스 문화부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니스 요리는 지중해와 프로방스, 이탈리아가 만나는 지리적 특성이 빚어낸 독특한 음식 문화다.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 올리브오일, 허브를 활용한 '소박한 지중해 가정식'이 핵심으로,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제철 재료와 지역성, 신선함에 대한 존중을 담아 현지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다. 1925년부터 이어진 전통 소카 명가, 1820년 창업한 캔디드 프루트의 전설, 5대째 가정식을 지켜온 맛집, 1868년 시작된 올리브 오일의 그랑 크뤼까지. 니스에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전통을 지켜온 장인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이들의 손맛을 따라가다 보면, 니스라는 도시가 왜 지중해 미식의 보고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니스 명물 소카의 원조, 셰 테레자
니스 살레야 시장 한켠의 푸드 스탠드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니스의 일상 풍경이다. 1925년부터 이어져 온 셰 테레자(Chez Thérésa)의 전통 소카(Socca)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다. 소카는 병아리콩 가루, 물, 올리브 오일, 소금 단 네 가지 재료로 만드는 얇은 병아리콩 팬케이크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니스의 대표 먹거리다. 우리나라 빈대떡과 닮아 정겨운 이 간식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질감에 후추를 뿌려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셰 테레자는 니스 출신 테레자가 1925년 문을 연 이후 100년 가까이 정통 레시피를 지켜온 니스 소카의 상징적인 곳이다. 가장 큰 특징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나무 화덕에서 장작불로 구워낸다는 점이다. 반죽은 병아리콩가루와 물을 긴 시간 휴지시켜 부드럽게 만든 후, 얇게 팬에 부어 화덕의 고열로 단번에 구워내는 전통 니스식 방식을 고수한다.
살레야 시장 스탠드와 구시가지 매장 두 곳에서 운영되며, 구시가지 매장의 화덕에서 갓 구운 소카를 자전거에 싣고 살레야 시장까지 옮겨 스탠드에서 판매하는 광경은 관광객들에게 소소한 볼거리가 된다. 소카 외에도 피살라디에르(양파 타르트), 빵 바냐(니스식 샌드위치) 등 다양한 니스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니스 정통의 맛이 궁금하다면 셰 테레자는 훌륭한 선택지이다.
📍28 rue Droite, Nice, France 06300
니스의 달콤한 전통, 메종 오에르

니스 오페라 극장 맞은편, 로코코 양식 장식을 자랑하는 화려한 매장이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820년부터 5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온 메종 오에르(Maison Auer)는 니스에서 가장 유서 깊은 캔디드 프루트(과일 설탕 절임) 전문점이자 쇼콜라티에로 손꼽힌다. 19세기 중반 지중해 지역의 풍부한 과일 생산에 매료된 젊은 스위스 제과사 앙리 오에르(Henri Auer)가 코트다쥐르로 내려와 니스에 정착하며 사업을 시작했고, 2대 앙리 크리스티앙이 설탕 절임 과일을 전 세계에 알리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세대를 거쳐 현재는 티에리 오에르가 5대째 20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캔디드 프루트. '품질 좋은 원재료'를 핵심 가치로 삼는 명가답게 프랑스 농가에서 엄선한 무농약 신선 과일을 200년 노하우 그대로 이상적인 콩피 상태까지 서서히 조리해 낸다. 수제 초콜릿 역시 필수 메뉴인데, 포도당, 방부제, 색소, 식물성 지방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초콜릿과 크림만으로 만들며, 가나슈 향은 엄선된 식물에서만 추출한다. 과일 젤리, 마롱 글라세, 칼리송, 누가 등 다양한 프로방스 전통 과자도 함께 맛볼 수 있어 니스 여행의 달콤한 추억을 선사한다.
📍7 rue Saint-François de Paule, Nice, France 06300
1927년부터 이어진 니스 가정식의 성지, 셰 아키아르도

니스 구시가지에 자리한 셰 아키아르도(Chez Acchiardo)는 1927년부터 5대째 아키아르도 가문이 운영해온 니스 가정식의 성지다. 오래된 돌벽과 목재 기둥, 와인 통이 가득한 아치형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따뜻한 비스트로 분위기가 펼쳐진다. 원목 바 맞은편에 걸린 옛 가족사진, 천장에 매달린 오래된 구리 냄비들은 식당의 오랜 감성을 더한다. 16세기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구시가지 골목 한복판에 자리한 이곳은 현지인들의 삶의 일부이자, 한 세기 가까이 니스 미식가들의 단골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는 도브 프로방살로, 천천히 끓인 프로방스식 소고기 스튜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바삭한 병아리콩 튀김 파니스(Panisses), 수제 피살라디에르 등 남프랑스 전통 요리가 가득하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에게도 사랑 받는 곳이라 방문 전 사전 예약이 필수다. 진정한 니스 현지 가정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보자.
📍38 Rue Droite, Nice, France 06300
150년 전통의 올리브 오일 명가, 니콜라 알지아리

니콜라 알지아리 올리브 오일(Nicolas Alziari)은 1868년부터 니스에서 고급 올리브 오일을 선보여온 프랑스 대표 올리브 오일 명가다. 장인의 사업을 이어 받은 니콜라 알지아리는 와인의 그랑 크뤼 개념을 올리브 오일에 도입한 선구자로,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니스의 카이예티에(Cailletier) 품종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희귀한 올리브 품종들을 찾아 독보적인 블렌딩 기법을 완성했다. 1920년 니스 시내에 첫 매장을 열었고, 1932년에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구시가지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니스 외곽과 프랑스 남부 전역 60헥타르 이상의 유기농 농장에서 올리브를 재배한다.
이곳 올리브 오일의 가장 큰 특징은 제노바식 방식을 유럽에서 마지막까지 고수하는 점으로, 올리브를 2-3시간 천천히 갈아낸 후 찬물을 부어 표면에 뜬 오일만을 즉시 회수하는 전통 기법을 사용한다. 11월부터 3월까지 반쯤 익은 상태의 올리브를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해 당일 압착하며, 약 6개월간 장인이 직접 절인 올리브도 별미다. AOP 니스 인증 오일과 유기농 오일을 비롯해 다양한 그랑 크뤼 제품이 상징적인 틴 캔에 담겨 전 세계 19개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구시가지 매장에 방문하면 다양한 올리브 오일을 직접 테이스팅하고 구매할 수 있다.
- 니스 구시가지 매장 (Store of Old Nice)
- 📍14 rue Saint François de Paule, Nice, France 06300
- 방앗간 매장 (Mill Store)
- 📍318 Boulevard de la Madeleine, Nice, France 06000
40년 전통의 수제 젤라토 명가, 아주로 젤라또

니스 구시가지 중심에 자리한 아주로(Azzurro Artisan Glacier)는 수제 아이스크림과 홈메이드 콘을 선보이는 가족 운영의 장인 젤라토 하우스다. 베이라(Veyrat) 가족이 1983년 프랑스 오트사부아(Haute-Savoie) 지역에서 시작한 아이스크림 사업은 1996년 니스로 이전했고, 1997년 젤라테리아 아주로를 정식 오픈하며 니스 미식 지도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부터는 20년간 아버지에게서 노하우를 전수받은 2대 피에르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콘은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구워내며, 아이스크림 역시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제조한다. 최상의 재료만을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계절과 재료 수급에 따라 연중 50가지가 넘는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시그니처는 풍부한 크림감과 캐러멜 풍미가 일품인 크렘 브륄레로, 시칠리아 피스타치오, 밀크 플라워와 함께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로 꼽힌다. 라벤더, 로즈워터 같은 프로방스 플로럴 계열부터 럼레이즌, 쿠키, 초콜릿류까지 개성 있는 맛도 다채롭다. 봄부터 가을까지 운영하며 겨울에는 휴무한다. 신선한 향과 풍부한 질감을 자랑해 니스를 찾는 이들이 꼭 들러야 할 젤라또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1 rue Sainte Reparate, Nice, France 06300
현대 니스 미식의 아이콘, 라 쁘띠뜨 메종

니스 구시가지에 자리한 라 쁘띠뜨 메종(La Petite Maison)은 1988년 니콜 루비(Nicole Rubi)가 연 작은 식당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로 확장된 LPM 레스토랑 그룹의 원조가 된 전설적인 레스토랑이다. 니스의 유명 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에게서 요리를 배운 니콜은 "단순하지만 제대로 만든 프로방스·니스 가정식"을 표방하며 단출한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강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환대의 마음을 가진 니콜의 운영 방식은 곧이어 이 레스토랑을 니스 사교계의 아이콘으로 만들었고, 니콜라 사르코지, 베컴 부부, 로버트 드니로 등 수많은 정치인들과 셀럽들이 이곳을 찾았다. 2000년대 글로벌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며 런던, 두바이, 마이애미 등으로 확장해 현재는 니스·지중해 요리를 세계에 전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실내는 밝은 크림 우드 톤에 예술 작품과 꽃,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진 활기찬 비스트로 분위기이며, 테라스에서는 구시가지 거리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푸짐한 지중해 가정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전채 요리는 쉐어링 콘셉트로, 아티초크 샐러드, 니스식 쁘띠 파르시, 호박꽃 베녜 등을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다. 메인 중에는 크림과 트러플 향이 강렬한 트러플 파스타가 시그니처로 반드시 주문해야 할 메뉴로 꼽힌다. 니스를 대표하는 미식 아이콘 중 하나인 이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보자.
📍11 rue Saint François de Paule(Vieux Nice), Nice, France 06300
생폴드방스를 바라보는 미슐랭 레스토랑, 알랭 로르카

니스 근교 한적한 마을 라 콜 쉬르 루(La Colle-sur-Loup) 언덕에 자리한 알랭 로르카(Alain Llorca)는 코트다쥐르의 전설적인 셰프가 이끄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다. 프로방스식 전통 석조 건물 바스티드를 개조한 이곳은 실내에서 테라스까지 주변 경관과 생폴 드 방스 마을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스페인과 지중해, 프로방스를 뿌리로 둔 알랭 요르카 셰프는 니스 호텔 조리학교에서 요리를 시작해 카뉴 쉬르 메르 마을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레 팡트르(Les Peintres) 수석 셰프로 발탁되며 젊은 나이에 첫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 1996년에는 니스의 전설적인 호텔 르 네그레스코에서 미슐랭 2스타 셰프로 등극, 2004년에는 전설적인 셰프 로제 베르제(Roger Vergé)의 뒤를 이어 '르 무랭 드 무쟁' 수석 셰프로 부임해 4년간 창의적인 미식 실험을 펼쳤다. 2009년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오픈했고, 2012년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하며 다시 한번 스타 셰프의 실력을 입증했다.

매 시즌별 달라지는 메뉴는 지역산 식재료와 지중해의 맛을 풍성하게 살려내며,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킨다. 여기에 더해 장 필립 소믈리에의 섬세한 와인 페어링과 파티시에 장 미셸 요르카의 정교한 디저트가 완벽한 삼박자를 이룬다. "요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먼저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각을 깨우며, 결국 진정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셰프의 철학이 담긴 이곳은 코트다쥐르의 빛과 풍경, 맛이 어우러진 완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 350 Route de Saint-Paul, La Colle-sur-Loup, France 06480
TIP. 니스 정통 맛집? '퀴진 니사르드' 라벨을 확인하자!
니스에는 특별한 레스토랑 인증 제도가 있다. 바로 '퀴진 니사르드(Cuisine Nissarde)' 라벨. 니스 관광안내사무소가 운영하는 이 라벨은 단순한 맛집 추천이 아니다. 니스 고유의 음식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승하는 식당만이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정통성 보증서'다. 라벨을 받으려면 니스 전통 레시피를 정해진 방식으로 만들 것, 지역 재료·지중해 식재를 우선 사용할 것, 니스 요리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메뉴 구성·표기를 할 것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매년 새로운 심사를 거쳐 갱신된다. 2025년 기준 29개의 업소만이 라벨을 받았다. 니스 관광안내사무소 웹사이트에서 인증 식당 전체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By Atout France Corée 프랑스 관광청 한국 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