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영화 촬영지
팔레 데 페스티벌 주변, 스타들의 흔적을 따라
팔레 데 페스티벌의 레드카펫과 계단은 수많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알랭 베르베리앙의 <공포의 도시>(1993) 속 알랭 샤바의 대사, 아녜스 바르다의 <시몽 시네마의 101일 밤>(1995) 속 미셸 피콜리와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의 장면들이 이곳에 남아 있다. 매년 칸 영화제 기간 동안 수많은 배우들이 오르는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면,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본뜬 ‘별들의 길’ (Chemin des étoiles)도 놓치지 말자. 바닥에 새겨진 150명의 스타 핸드프린트를 따라가며 영화 속 인물들을 떠올릴 수 있다.
조엘 홉킨스, 자크 오디아르와 함께 크루아제트 해변에서
- 지중해를 따라 이어지는 크루아제트 해변은 휴식과 영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영을 즐기고, 햇살 아래 몸을 맡기며, 책을 읽고 식사를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곳에서는 영화 속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2013년 조엘 홉킨스 감독의 <러브 펀치>에서 루이즈 부르고앵과 로랑 라피트의 비치발리볼 장면이 촬영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촬영지는 당시 에크랭 해변(현재의 테투 Tétou)에서 촬영되었다.
- 고엘랑 해변(plage du Goéland)에서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2012)에서 마리옹 코티야르가 연기한 스테파니가 사고 이후 처음 바다에 들어가는 인상적인 장면이 촬영되었다.
- 길이 2km에 달하는 크루아제트 산책로는 야자수와 소나무가 늘어선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더 서브스턴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연출하고 데미 무어가 출연한 이 작품은 2024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호텔과 카지노, 그레이스 켈리에서 로베르 드 니로까지
- 크루아제트 거리의 지중해 뷰 럭셔리 호텔과 스타들이 머물던 스위트룸, 그리고 화려한 카지노 역시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되었다. 1963년, 알랭 들롱과 장 가뱅이 출연한 <지하실의 멜로디>는 팜 비치 카지노에서 촬영됐다.
- 바리에르 르 마제스틱 호텔(l’hôtel Barrière Le Majestic)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팜므파탈>(2002)과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로닌>(1998)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특히 <로닌>에는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다.
- 크루아제트에서 가장 전설적인 호텔로 꼽히는 칼튼 호텔은 미셸 블랑 감독의 <그로스 파티그>(1994)의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프렌치 키스>(1995)의 한 장면도 이 호텔의 해변에서 촬영했는데, 멕 라이언이 연인을 뜻밖의 순간에 마주하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 벨벳과 금빛 장식으로 꾸며진 이 찬란한 공간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하고 그레이스 켈리와 캐리 그랜트가 출연한 <나는 결백하다>(1954)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영화 제작진들이 칼튼 호텔에 머물렀고, 현재도 호텔 7층에 자리한 ‘그레이트 켈리 스위트’는 영화 속 일부 장식을 그대로 반영하며,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전한다.
그리고 하나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1955년 칸 영화제 당시, 작품 홍보를 위해 이곳을 찾은 그레이스 켈리는 잡지 ‘파리 마치’가 주최한 사진 촬영 자리에서 모나코의 레니에 3세를 처음 만났다고 전해진다. 이 만남은 훗날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레랭 제도에서 캅 당티브까지,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와 제임스 본드
- 칸 만에서 배로 약 15분 거리에 자리한 생트마르그리트 섬은, 진저브레드 색을 띠는 웅장한 요새가 섬 전체를 내려다보는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레랭 제도의 두 섬 중 하나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유칼립투스 향이 감도는 산책로로 유명하다.
이곳 포르 로얄의 중심부에서는 앨런 드완이 연출한 <철가면>(1929)의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촬영되었다.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와 마거리트 드 라 모트가 출연한 이 작품은 요새 특유의 폐쇄성과 어둠을 극적으로 활용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요새 내부에 자리한 ‘철가면 박물관’은 방문객을 신비로운 수감자의 전설 속으로 이끈다. 이 섬은 2023년 미국에서 방영된 시리즈 <칸 컨피덴셜>의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 칸 인근의 코트다쥐르는 또 다른 장르의 무대를 펼쳐 보인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제임스 본드가 된다. 에즈 고개를 따라 이어지는 그랑드 코르니슈 도로는 모나코 공국을 내려다보며 굽이치고, 그 위에는 <007 골든 아이>(1995)의 추격 장면이 여전히 맴도는 듯하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한 본드의 질주는 이 길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또한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과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은 캅 당티브의 호텔 캅 에덴 록 해변과 빌프랑슈 쉬르 메르 항구에서 촬영되었다. 숀 코너리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가 해안선을 배경으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칸에서 만나는 영화의 또 다른 얼굴, 사계절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들
1946년부터 매년 5월이면 칸 영화제의 열기로 들썩이는 도시 칸. 그러나 폐막 이후에도, 이곳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은 결코 식지 않는다. 촬영지를 따라가는 여정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영화 애호가들은 1년 내내 도시 곳곳에서 수상작과 영화 스타들을 기념하는 다양한 공간을 통해 ‘제7의 예술’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
팔레 데 페스티발 Le Palais des Festivals
먼저, 축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팔레 데 페스티발. 레드카펫 위 24개의 계단은 더 이상 스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연중 내내 이 상징적인 공간을 직접 걸어볼 수 있으며, 무용 공연부터 콘서트,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이어진다.
별들의 길 Le Chemin des étoiles
팔레 주변에서는 프랑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이라 불리는 '별들의 길'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약 150여 개에 달하는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트가 남겨져 있어, 스크린 속 전설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선사한다.
칸의 벽화 Les murs peints de Cannes
도시를 조금 더 유쾌하게 탐험하고 싶다면, 칸 곳곳에 숨겨진 벽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크루아제트부터 쉬케 지구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영화와 스타를 주제로 한 벽화가 숨어 있다. <택시 드라이버>(197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펄프 픽션>(1994), <피아노>(1993) 등의 작품과 장폴 벨몽도,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시네움 Le Cinéum
도시 서쪽 라 보카 지구에 자리한 시네움 칸은 최신식 영화관으로, 첨단 기술과 미래적인 디자인을 갖춘 공간이다. 한층 몰입감 높은 관람이 가능하다.
야외 상영 Cinéma en plein air
여름이 되면 칸의 밤은 더욱 특별해진다. 최신작부터 고전까지 다양한 작품이 무료로 상영되는 야외 영화 상영이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특히 쉬케 지구 중심에 위치한 카스트르 광장에서는 구항과 크루아제트를 내려다보며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알아두면 좋은 정보
🎬️ 칸에서 촬영된 대표적인 영화는 무엇일까?
칸은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해 온 도시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나는 결박하다>(1954)에서는 케리 그랜트와 그레이스 켈리가 이 도시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이 밖에도 <팜므파탈>(2002)에는 레베카 로미즌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출연했으며, <로닌>(1998)에서는 로버트 드 니로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또한 <러스트 앤 본>(2012)에서는 마리옹 코티야르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프렌치 키스>(1995)에서는 멕 라이언이 출연했다. 국제적인 스타들이 참여한 작품들이 칸의 풍경을 스크린 위에 남겨왔다.
🎬️ 최근 칸 영화제 수상작은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칸 영화제는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조명해 왔다. 자파르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2025)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에 앞서 2024년에는 숀 베이커의 <아노라>(2024)가, 2023년에는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2023), 2022년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2022)이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 칸의 주요 촬영지는 어디일까?
크루아제트의 프라이빗 해변부터 칼튼, 마르티네즈, 마제스틱과 같은 상징적인 럭셔리 호텔까지, 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야외 스튜디오다. 영화제로 잘 알려진 이 도시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의 배경으로 활용되며,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흐린다.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는 장소로는 팔레 데 페스티발의 붉은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은 영화제의 상징이자, 수많은 장면이 탄생한 무대다. 쉬케 지구의 골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메이나디에 거리와 생앙투안 거리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들은 특유의 분위기로 카메라를 끌어당긴다.
구항과 푸앵트 크루아제트는 요트가 늘어선 풍경과 함께 또 다른 영화적 배경을 만들어낸다. 팜 비치 카지노에서는 레랭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해지며 장면의 깊이를 확장한다. 바다 건너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생트마르그리트 섬과 생토노라 섬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촬영지다. 야생의 해안과 숲길, 그리고 포르 로얄과 같은 요새는 장르를 넘나드는 장면을 완성하는 배경이 된다.
방문 팁 💡
칸 영화제 기간에 맞춰 칸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스타를 마주치거나 최소한 그 열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은 기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 경우 한 가지 조언이 있다. 교통, 숙소, 레스토랑 등 전반적인 일정을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영화제 기간을 피해 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를 탐방하고 싶다면 비수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시 고유의 다양한 분위기와 영화 관련 명소를 보다 여유롭게 경험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한층 한적해지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By Eliane Cognet
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