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랑스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다섯 가지

‘이 팀은 어느 나라 팀이지? 낯서네…’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스널 경기를 보다가 이런 의문을 가진 팬이 좀 있었을 것이다. 노란색과 검은색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자신들의 홈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2-1로 꺾은 팀. 3만 7천 명이 넘는 팬 앞에서 아스널을 격파한 팀은 프랑스 북부의 강자 RC랑스(Racing Club de Lens)다. 랑스는 2022-23시즌 프랑스 리그앙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21년 만에 다시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피와 황금

RC랑스를 상징하는 색상은 노란색과 빨간색이다. 하지만, 이 색상은 그저 노랑과 빨강이 아닌 피와 황금(Les Sang et Or)이다. RC랑스는 1906년 창단했고, 1924년부터 이 두 색상을 상징색으로 정하고 유니폼에 녹였다. 두 색상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몇 가지 설이 내려온다. 랑스가 속한 파-드-칼레(Pas-de-Calais) 주는 1526년부터 1659년까지 스페인령 네덜란드의 일부였다. 1923년부터 1930년까지 팀 회장을 맡은 피에로 모글리아가 스페인이 세운 생-레제르 교회의 폐허를 보고 스페인 국기에 들어간 두 색상을 따왔다는 설이 있다. 다른 설도 있다. 랑스는 탄광 지대인데, 광부들의 피(빨강)와 석탄(황금)을 엮었다는 이야기다.

17번 영구 결번, 비비앙 푀를 기리며

RC랑스는 두 번호를 영구히 결번했다. 12번과 17번이다. 12번은 구단 서포터(12번째 선수)를 위해 비웠고, 17번은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 도중 쓰러져 세상을 떠난 마르크-비비앙 푀를 위한 자리다. 푀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RC랑스에서 활약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RC랑스는 당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리그앙 우승(1997-98)을 차지했다. 랑스시는 푀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루브르-랑스와 스타드 볼라르-들렐리스를 잇는 길에 마르크-비비앙 푀라는 이름을 붙였다.

1프랑을 주고 경기장 매입

RC랑스는 1970년에 다시 태어났다. 앙리 드랑낭 이사와 아르놀 소윈스키 감독 그리고 앙드레 들렐리스 랑스 시장은 팀의 위상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들렐리스 랑스 시장은 석탄 회사로부터 상징적인 1프랑을 내고 경기장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에 힘입은 RC랑스는 1971년 2부 리그로 승격했고, 1972-73시즌에는 2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부로 다시 올라섰다. 랑스는 이후에도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는데, 1988년 사업가 제르베 마르텔이 팀을 인수하면서 리그앙 무대 정상(1997-98)에 처음으로 올랐다. 마르텔은 두 차례 RC랑스 구단주로 일했다.

경기장에 담긴 역사

홈 경기장인 스타드 볼라르-들렐리스를 이해하면 RC랑스 역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이 경기장은 1932년 착공해 1933년 6월에 문을 열었다. 이 경기장을 건축하기로 한 이는 당시 랑스 광산 회사(Compagnie des mines de Lens) 의장이었던 펠릭스 볼라르다. 경기장은 처음에는 스타드 데 민느(Stade des Mine, 석탄 구장)였으나 1936년 볼라르가 세상을 떠나면서 스타드 펠릭스 볼라르가 된다. 이후 2012년에 경기장의 최대 지분을 지닌 랑스 시가 볼라르에 팀을 구했던 시장 들렐리스 이름을 붙여 경기장을 스타드 볼라르-들렐리스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