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르 지역에서 고성 말고 볼 수 있는 것 TOP 6

발 드 루아르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정도로 풍부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이다. 하지만 발 드 루아르의 볼거리가 고성이 전부는 아니다. 지리학자이자 <발 드 루아르, 호기심을 자아내는 색다른 땅 Le Val de Loire, géographie curieuse et insolite>을 집필한 작가 피에르 델레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발 드 루아르 여행지를 소개한다. 피에르 델레의 추천을 참고해 한층 더 설레는 발 드 루아르 여행 계획을 완성해 보자.

브리아르 운하 다리

나는 다리라는 건축물에 독특한 매력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루아르 강 위에 자리 잡아 운하의 역할까지 해내는 브리아르 운하 다리(pont-canal de Briare)에 깊이 끌리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길이가 662미터에 달하는 브리아르 운하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운하 다리라는 타이틀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섬세한 조각으로 장식된 가로등과 돌기둥은 운하 다리에 우아함을 더해 준다. 브리아르 운하 다리는 19세기 말 운영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루아르 강 측면 운하를 따라 운항한 배들은 루아레(Loiret) 지역을 항해하려면 망틀로 수문과 콩블 수문이 있는 루아르 강 상류까지 돌아서 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사블로니에르 참호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발 드 루아르에는 사블로니에르 참호(Tranchées des Sablonnières)가 설치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블루아 숲(forêt de Blois)의 중심부인 샹봉 쉬르 시스(Chambon-sur-Cisse) 고지대에서 훈련을 받던 군사들이 거주하는 후방 기지의 참호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잊혀 있던 사블로니에르 참호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역사학자의 노력으로 최근 재조명을 받았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숲의 일부처럼 보일 뿐이지만, 참호의 존재를 알린 역사학자와 동행하면 이곳에 서린 역사의 숨결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인근 맛집 레스토랑 아사(Assa)에서 맛있는 식사를 한 뒤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캉드 생 마르탱에서 몽소로까지

앙주(Anjou)와 투렌(Touraine) 사이에는 두 마을이 있다. 몽소로 성(château de Montsoreau)이 지키는 루아르 지역의 경계를 따라 펼쳐진 포도밭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는 캉드 생 마르탱(Candes-Saint-Martin)과 몽소로(Montsoreau)다. 마을 교회 건물을 감상한 뒤 백토가 깔린 언덕길을 따라 캉드 생 마르탱의 고지대로 올라가 보자. 루아르 강과 비엔 강의 합류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파노라믹 뷰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두에 라 퐁텐

‘빙산섬’이라 불리는 브레제 성(Château de Brézé)에서 외딴 마을인 트로(Trôo), 부레(Bourré)를 거쳐 소뮈르 와인 생산자들의 거대 지하 저장고에 이르기까지, 두에 라 퐁텐(Doué-la-Fontaine)은 이 지역의 수많은 동굴 지대 중에서도 가장 멋진 매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두에 라 퐁텐에는 반드시 함께 들러야 할 여행지 두 곳이 있다. 하나는 과거 채석장이었던 팔랭 데 페리에르(Falun des Perrières)에 있는, 동화 속 세상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동굴 성당이다. 다른 한 곳은 1,500년의 역사가 서린 ‘혈거인과 석관 Troglodytes et sarcophages’ 부지다. 유머를 겸비한 가이드와 함께 하며 이곳의 매력을 경험해 보자. 드느제 수 두에(Denezé-sous-Doué)에 있는 신비로운 동굴과도 멀지 않은 두에 라 퐁텐은 카롤링거 왕조 시대 유적이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바위를 파낸 자리 위에 조성되어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동물원도 있다.

트렐라제 점판암 채석장

프랑스 최후의 점판암 채석장인 트렐라제 점판암 채석장(ardoisières de Trélazé)은 2014년까지 쉬지 않고 가동됐다. 오늘날 이곳은 앙제(Angers) 인근을 둘러싼 평화로운 공원이 되었다. 4킬로미터 길이로 뻗어 있는 인공 언덕과 침수된 채석장은 옛 시추탑과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루아르 자전거길의 우회로이기도 하다. 왔던 길로 돌아가지 않고 루아르 강기슭을 완전히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앙제에서 마이옌(Mayenne) 예선로로 빠지면 된다.

앙제 주변 섬

앙제 남서부에 있는 베위아르(Béhuard)의 특징은 완전한 섬 지대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아둬야 베위아르에 도착했을 때 ‘하천 수량이 늘어날 때를 제외하고는 도보로 마을 방문 가능’이라는 안내문에 놀라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을 기리는 카페 겸 박물관이 있는 샬론 섬(île de Chalonnes)은 길이가 10킬로미터로 루아르에서 가장 긴 섬이다. 샬론 섬은 몽장 쉬르 루아르(Montjean-sur-Loire) 마을과 이어져 있다. 한때 석회 채굴지였던 몽장 쉬르 루아르에서는 옛 탄광에서 쓰였던 신기한 생김새의 시추탑 등 여러 유적들을 볼 수 있다.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들이지만, 발 드 루아르의 역사를 이루는 어엿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