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르뉴 론 알프로 떠나는 맛있는 프랑스 여행 ③ 리옹 Lyon

때로는 관광지의 화려한 풍경보다 맛과 향기로 기록된 여행이 더 깊고 짙게 새겨진다. 프랑스 미식 수도 리옹에서는 더더욱! 풍부한 전통 요리, 미슐랭 스타 셰프, 그리고 전통식 부숑까지 리옹은 미식 도시로서의 명성을 쌓아왔다.

폴 보퀴즈 시장 Les Halles Paul Bocuse

리옹 폴 보퀴즈 시장©Ara KO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의 이름을 딴 시장으로 1800년대부터 운영되고 있다. 폴 보퀴즈는 ‘요리계의 교황’이라 불리며 요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셰프로 꼽힌다. 리옹 근교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의 레스토랑을 물려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개명해 운영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965년부터는 미슐랭 3스타를 놓치지 않았다. 경력도 화려하다. 농어 파이 요리를 처음 만들어 요리인으로서는 최초로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수상했다.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보인 송로버섯 수프는 유례없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중 하나인 크림 브륄레의 고안자이기도 하다.

폴 보퀴즈 시장은 실내에 마련돼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치즈, 베이커리, 샤퀴테리, 와인 등 프랑스의 유명한 식재료가 한데 모여 있어 현지인들에겐 삶과 밀접한 곳이자, 관광객들에겐 별천지다. 곳곳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입점 돼 있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도 좋다. 규모가 크고 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길을 잃기 쉽지만, 그저 눈과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다니는 것이 폴 보퀴즈 시장 관광의 포인트다. 프랑스의 진미를 맛보고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보자.

📌 폴 보퀴즈 시장 Les Halles Paul Bocuse
102 Cr Lafayette F, 69003 Lyon, France

카뉘의 벽 Mur des Canuts

카뉘의 벽©Ara KO
트롱프뢰유(눈속임이나 착각을 일으키는 그림) 벽화로 유럽에서 가장 큰 공공 예술 전시물 중 하나다. 거대한 하나의 외벽을 중심으로 그렸지만 세밀하고 입체적인 묘사 덕분에 마치 여러 채의 건물이 겹겹이 이뤄져 있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그림 중앙에는 계단이 있는데 원근법을 살려 실제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SNS에 ‘리옹’을 검색하면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로 리옹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명소다. 1987년 프랑스 예술 단체인 시테크레아시옹이 그렸으며 리옹 시내 곳곳에 있는 벽화 대부분은 이 단체에 의해 완성됐다.

놀라운 점은 그림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 주변 환경이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반영해 수정하고 있다. 그림 속 인물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에 업데이트됐다.

📌 카뉘의 벽 Mur des Canuts
36 Bd des Canuts, 69004 Lyon, France

레 토케 뒤 프로마주 Les Toqués du fromage

레 토케 뒤 프로마주 ©Ara KO
미식 수도 리옹에서 놓쳐서는 안 될 명소. 프랑스산 치즈와 와인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직접 시식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치즈 상점처럼 보이는데, 매장 안에 숨겨진 계단을 오르면 치즈 워크숍 공간이 등장한다.

워크숍은 치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단순한 설명이 아닌 블라인드 테스트와 퀴즈를 통해 흥미롭게 익힐 수 있다. 치즈와 한층 더 가까워지고 나면 테이스팅을 즐길 수 있다. 3가지 치즈가 제공되는데, 각각의 치즈마다 곁들이는 와인과 음식이 다르다. 진행자의 설명에 따라 샤퀴테리나 빵, 와인을 달리해 페어링하면 각 치즈의 매력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치즈 시식이 끝나면 팀을 나누어 게임을 진행한다. 퀴즈를 가장 먼저, 많이 맞히는 팀이 이기는 게임으로 1등 팀에게는 상품이 제공된다.

치즈 워크숍은 6~15인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혼자, 또는 둘이서도 가능하다. 일행이 아니어도 6명 이상이 모이면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 총 2시간 코스로 가격은 1인당 60유로다.

📌 레 토케 뒤 프로마주 Les Toqués du fromage
120 Mnt de la Grande-Côte, 69001 Lyon, France

리옹의 명사들 Fresque des Lyonnais

리옹의 명사들 벽화©Ara KO

카뉘의 벽과 마찬가지로 시테크레아시옹이 완성한 벽화다. 낡고 볼품없는 건물 외벽에 아파트를 그렸는데 가까이서 봐도 착각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재미있는 점은 발코니에 서있는 이들 모두 리옹 출신의 유명인이라는 점이다. 1층 상점 앞에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 폴 보퀴즈가 서있고, 바로 위층에는 영화를 처음 만든 뤼미에르 형제가 영사기 앞에 서 있다. 그 위에는 어린 왕자와 나란히 선 생텍쥐페리의 모습도 보인다. 이외에도 리옹 시장, 축구선수, 끌로드 황제 등 리옹을 빛낸 인물 여럿이 발코니마다 자리하고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리옹의 명사들 벽화는 이처럼 리옹의 역사와 삶을 담고 있어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에게도 특별한 장소로 여겨진다. 건물 1층 한편에는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볼 수 있도록 이름과 설명을 적어 두었다.

📌 리옹의 명사들 Fresque des Lyonnais
2 Rue de la Martinière, 69001 Lyon, France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Ara KO
‘미식 성지’라 불리는 리옹의 구시가지를 가이드와 함께 탐방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로컬 맛집을 찾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로컬 푸드에 대한 역사와 유래까지 알 수 있어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현지 가이드가 직접 나서니 구시가지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의외의 유익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 프로그램은 총 5가지다.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를 비롯해 폴 보퀴즈 푸드 투어, 비건 푸드 투어, 리옹 길거리 음식 투어 등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4시간 동안 구시가지 곳곳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식료품점을 방문하는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 리옹 정통 부숑Bouchon인 레 리오네Les Lyonnais를 포함해 총 5곳을 방문하며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 2©Ara KO
부숑은 16세기 실크 노동자들이 즐겨 먹던 가정식을 선보이는 식당이다. 레 리오네를 방문하면 외관에 붙은 부숑 인증 마크를 찾을 수 있는데, 리옹 상공회의소와 관광청에서 선정한 부숑 레스토랑이라는 의미다. 리옹에서는 단 21곳만 이 마크를 달고 있다. 부숑의 요리는 간편하면서도 풍요롭다. 빵과 고기, 샐러드에 와인 한 병까지 한 세트다. 부숑의 와인병은 일반적인 것과 차이가 있다. 밑바닥이 두꺼워 와인이 훨씬 적게 들어있는 것. 실크 노동자에게 부숑 요리를 제공할 때 와인을 아끼기 위해 바닥을 두껍게 제작했는데, 지금은 독특한 전통으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프랑스 전 지역의 치즈를 다루는 치즈 전문 상점, 리옹의 명물인 프랄린을 처음 시럽으로 만든 샤퀴테리 전문 식료품점, 실크 사업을 위해 리옹을 찾았던 이탈리아인들이 차린 아이스크림 가게 등 개성 있는 미식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 3©Ara KO
현지 가이드와 함께 하는 미식 투어의 또 다른 장점은 리옹의 흥미로운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리옹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보면 유난히 실크로 된 옷과 스카프를 판매하는 매장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산업 도시였던 리옹은 르네상스 시대에 경제적으로 크게 번영했는데, 특히 실크 산업이 매우 발달했던 것. 리옹은 론 강과 손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명주실을 실어 나르기에도 적합했다. 당시 프랑스 귀족들의 고급 실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면서 실크 산업은 점점 커져갔다.

그러나 루이 14세 통치 말년 전쟁과 빈곤의 시대를 겪으며 실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은 데다, 실크 노동자를 칭하는 카뉘Canut의 반란이 일면서 리옹의 실크 산업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리옹 구시가지 푸드 투어 4©Ara KO
리옹의 구시가지에는 건물의 안뜰을 지나 골목과 골목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실크로드 ‘트라불Traboule’이 여전히 남아 있어 르네상스 시대의 리옹을 짐작게 한다. 실크가 비에 젖지 않고 운송할 수 있도록 만든 길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레지스탕스의 도주로로 사용되기도 했다. 길이 건물 안뜰에 있다 보니 대부분 사유지지만 리옹 시와 합의하에 무료로 공개된 트라불 40여 개가 곳곳에 있다. 건물 외관에 사자 머리가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가면 당시 실크 노동자처럼 트라불을 걸어볼 수 있다.

여전히 전통 실크 프린트 기법을 사용해 실크 제품을 생산하는 브로시에BROCHIER SOIERIES,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활용해 유니크한 실크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암 쇠르Ames Soeurs, 과거에 사용했던 방직기를 전시해놓은 생 조르주SAINT-GEORGES 등 실크와 관련된 흥미로운 가게도 많다.

호텔 글로브 & 세실 Hôtel Globe et Cecil

호텔 글로브 & 세실 ©Ara KO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호텔로 리옹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전면에 프런트가 있고, 왼편에는 유니크한 가구로 꾸며진 로비가, 오른편에는 활기 넘치는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현대적인 분위기와 달리 열쇠를 사용해 옛 유럽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체크인 후 숫자가 적힌 열쇠를 받으면 문을 당겨서 여는 옛날 방식의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고탑의 계단처럼 둥글게 오르는 계단을 통해 객실로 향하면 된다. 호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조식도 훌륭하다. 매일 아침이면 핫 디시와 콜드 디시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베이커리와 시리얼, 과일 등이 풍성하게 차려진다. 아늑한 실내와 야외 테라스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야외 테라스에서는 리옹 도심의 일상을 배경으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호텔 글로브 & 세실 Hôtel Globe et Cecil
21 Rue Gasparin, 69002 Lyon, France
호텔 글로브 & 세실 홈페이지 (외부 링크)

더 빌리지 아웃렛 The Village Outlet

더 빌리지 아울렛©Ara KO
여행에 쇼핑이 빠지면 서운하다. 오베르뉴 론 알프 지역에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프랑스 패션 브랜드를 쇼핑할 수 있는 유명 아웃렛, 더 빌리지가 있다. 리옹에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해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기 좋다. 브랜드도 다양하게 갖췄다. 프랑스 쇼핑 필수 브랜드인 산드로, 마쥬, 클로드피에르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록시땅, 나이키, 폴로 랄프로렌 등이 입점 돼 있다. 물건을 구입한 후 VIP 라운지 프런트에서 여권과 영수증을 제시하면 텍스리펀까지 받을 수 있다.

더 빌리지 아웃렛의 메리트 중 하나는 프랑스 디저트 카페 앙젤리나ANGELINA를 웨이팅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 파리가 본점인 앙젤리나는 프랑스 명소로 꼽히지만 늘 사람이 많아 대기가 길다. 더 빌리지 아웃렛의 앙젤리나는 규모가 크고 비교적 한산해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으며, 파리 본점에서도 인기가 좋은 기념품을 여유 있게 구입할 수 있다.

📌 더 빌리지 아웃렛 The Village Outlet
Parc du, Chem. du Couvent, 38090 Villefontaine
+33 4 74 95 37 01
더 빌리지 아웃렛 홈페이지 (외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