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떠나는 프랑스 여행 - 알프스 편

다시 프랑스 여행길에 오를 날을 기다리며, 소설 속으로 떠나는 몽블랑 절벽 등반 여행과 메르캉투르(Mercantour) 산길 산책 여행을 즐겨보자. 산을 탐험하며 내면을 탐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랑스 소설 두 편을 소개한다.

신발에 아이젠을 차고 험준한 몽블랑 산맥을 오르다

로제 프리종-로슈 Roger Frison-Roche의 《수직의 도전자 Premier de Cordée》(1942)

몽블랑 산기슭 마을 샤모니(Chamonix)에서 자란 이들은 가장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산악 가이드의 꿈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소설의 주인공 피에르 세르베타(Pierre Servettaz)는 아버지 장(Jean)처럼 산악 가이드의 길을 걷기를 꿈꾼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장과 피에르 부자가 브레방(Brévent), 드뤼(Drus),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등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가파르고 아찔한 몽블랑의 여러 산을 오르며 산의 신비로운 매력을 경험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저자 로제 프리종-로슈(Roger Frison-Roche)는 17세부터 등반을 즐기며 직접 속속들이 알게 된 몽블랑의 이모저모를 이 책에 고이 담았다. 등산 애호가라면 비록 등산 장비의 수준은 열악했지만 이를 뜨거운 열정으로 이겨냈던 산악인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을 반드시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메르캉투르 산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다

실뱅 테송 Sylvain Tesson의 《검은 길 위에서 Sur les chemins noirs》(2016) -국내 역서 미출간

작가 실뱅 테송(Sylvain Tesson)을 소개하는 수식어는 여행가, 모험가, 산악 곡예사 등 다양하다.《하늘을 걷다: 히말라야 5,000킬로미터 도보 횡단 La Marche dans le ciel : 5 000 km à pied à travers l'Himalaya (국내 역서 미출간)》, 《대초원 일기 : 중앙아시아 3,000킬로미터 기마 여행 La Chevauchée des Steppes : 3 000 km à cheval à travers l’Asie centrale (국내 역서 미출간)》 등 여행 에세이로 잘 알려진 그가 지난 2016년에는 내면적 사유를 담은 소설 《검은 길 위에서 Sur les chemins noirs (국내 역서 미출간)》를 발표했다.

2014년 10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불의의 사고를 겪은 그는 걷는 법을 비롯해 몸을 움직이는 법을 완전히 다시 배워야 했다. 재활 후에는 산악지대인 세벤(Cévennes)의 메르캉투르산(Mercantour)에서 마시프상트랄(Massif Central), 중부 투렌(Touraine)을 거쳐 코탕탱 해안(côtes du Cotentin)이 있는 노르망디(Normandie)까지 혼자 도보로 여행했다. 《검은 길 위에서》는 등장인물이 프랑스 농촌 지역 여행길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치유에 이르는 여정을 통찰력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