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총 162개 마을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Plus Beaux Villages)로 공인되어 있다. 언덕과 정원, 요새와 어촌이 어우러진 이 마을들은 역사와 프랑스인만의 노하우를 잘 보여주며 다양한 건축 양식과 다채로운 색의 건물들을 자랑한다. 아주 유명한 마을도 있고 숨겨진 보석 같은 마을도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자.
바르플뢰르 @노르망디
코탕탱 반도(Cotentin Peninsula)에 자리잡은 바르플뢰르(Barfleur)는 ‘발 드 세르(Val de Saire)의 진주’로 불릴 정도로 매력적인 어항 마을로,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색색의 통발과 어망이 늘어진 길을 걸으며 트롤 어선이 돌아오는 광경을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특산물인 자연산 홍합 블롱드 드 바르플뢰르(blondes de Barfleur)는 이 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
항구 반대쪽으로 가면 바르플뢰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며 빛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르플뢰르의 광경도 이 마을의 매력 포인트이다.
화강암 주택의 매력적인 전면과 푸른색 셰일, 그리고 회색 슬레이트 지붕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대로 양 옆으로는 비싼 집들이 늘어서 있다. 이 중 메종 드브리(Maison Debrix)의 18세기 양식 파사드와 원형 창은 특히 눈에 들어온다. 또 생트 카트린(Sainte-Catherine) 뜰에는 중세에 지어진 집과 아우구스티노회 수녀원을 비롯해 독특한 건축 기법과 다양한 지붕 양식을 자랑하는 생 니콜라스 성당(Saint-Nicholas church)도 둘러볼 만 하다.
바르플뢰르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가트빌(Gatteville) 등대인데, 해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올라르그 @ 에로
중세 시대부터 이어진 마을인 올라르그(Olargues)는 카루(Caroux) 산과 오 랑그독(Haut Languedoc) 에스피누스(Espinouse) 산맥 밑자락에 있는 국립 공원에 있다. 험난한 지형에 자리잡은 작은 요새 마을 올라르그의 매력은 곳곳에 숨어있다. 자갈길, 돌담 집, 비밀스럽게 가려진 통로, 라임과 사이프러스 나무가 가장자리를 수 놓은 작은 광장에서는 중세부터 이어진 오랜 세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올라르그에서 꼭 봐야하는 곳 중 하나는 중세시대에 지어진 성과 그 안에 있는 15세기 종탑이다. 또 거대한 방앗간과 아름다운 대리석 다리인 악마의 다리(Devil’s Bridge)도 놓치면 안 된다. 악마의 다리 위에 올라서면 자우르(Jaur) 강과 포도원, 마을 밖까지 이어지는 체리나무와 밤나무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역사 기념물로 등록된 생로랑 교회와 교회 오르간도 좋은 구경거리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등산로도 많으니 가볼 만하고, 특히 페이로 에스크리토(Peyro Escrito) 암벽화는 필수 코스이다.
돔 @ 도르도뉴
페리고르 누아(Périgord Noir) 지역의 사를라(Sarlat) 남부에 위치한 절벽 마을 돔(Domme)은 도르고뉴 계곡을 오랫동안 지켜 오고 있다. 이 곳에서는 주변의 또 다른 ‘가장 아름다운 마을’인 라 로크가작(La Roque-Gageac)과 베이낙 에카즈낙(Beynac-et-Cazenac)의 숨막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꽃이 핀 골목길이 인상적인 바스티드 드 돔(Bastide de Domme)은 17세기에 만들어진 시장이나 동전 제조사의 집, 장관의 집, 아름답게 생긴 문까지 그 건축적 의미가 상당하다. 그 중 성당 기사들이 갇힌 채 새긴 신비로운 판화 덕에 유명해진 투르 문(Porte des Tours)은 더욱 특별한 곳이 되었다.
황금색 돌로 쌓아 만든 이 마을에는 또 다른 보물이 숨겨져 있는데, 바로 450미터에 이르는 천연 동굴이다. 이 곳의 신비로운 콜로네이드, 종유석, 석순은 그야말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코아라제 @알프 마리팀
천혜의 기후조건 덕분에 ‘태양의 마을’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중세 마을 코아라제(Coaraze)는 아름다운 파일롱(Paillon) 계곡을 대표하는 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길, 꽃으로 가득 찬 광장, 아치형 골목, 프레스코 그림과 분수까지 모든 것들이 마음을 느긋하게 해 준다. 이 마을에는 수많은 전설이 깃들어 있는데, ‘코아라제’라는 이름 자체가 ‘털을 민 꼬리’라는 뜻으로, 오래 전 이 지역 주민들이 악마의 꼬리를 잡아 그를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뛰어난 건축물들은 코아라제의 큰 자랑으로, 그 중에는 역사 기념물로 등재된 건물도 있다. 아름다운 전공 구조의 파사드가 특징인 생 장 바티스트 교회(Church of Saint-Jean Baptiste)나 프레스코 화 걸작으로 알려진 생 세바스티앙 교회(Saint-Sébastien Chapel)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푸른 성당’으로 알려진 노트르담 데 세트 둘루어(Notre-Dame des Sept Douleurs) 교회도 한번 둘러 보자.
이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12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해시계인데, 이 중에는 길베르 발렁탕(Gilbert Valenti)n의 ‘해바라기’, 앙헬 폰세 드 레옹(Angel Ponce de Leon)의 ‘푸른 시간’, 그리고 조르주 두킨(Geroge Doukine)의 '멋진 동물들'을 테마로 한 시계도 있다.
케르베로이 @우아즈
전원마을인 게르베로이(Gerberoy)는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 중 하나이다. 특히 게르베로이에 머물면서 주민들에게 집 앞에 장미를 심으라고 했던 인상파 화가 앙리 르 시다네(Henri Le Sidaner) 덕분에 ‘천 개의 장미가 피는 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장미는 물론 주민들이 심은 등나무, 접시꽃, 수국 덕분에 마을은 화가의 팔레트 위에서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벌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색색의 목재 프레임이 돋보이는 17-18세기 벽토집이 자갈길 양 옆으로 늘어서며 마치 엽서에서나 본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르 시다네의 눈부신 테라스 정원(‘주목할 만한 정원'에 포함)은 물론 생 피에르 교회(Collegiate Church of Saint-Pierre, ‘역사 기념물'에 포함)의 푸른색 집과 샤를마뉴 탑(Charlemagne tower)의 성곽도 볼 수 있다. 마을 고지대에 있는 포도원은 프랑스에서 그 규모가 가장 작은 편이다.
카몽 @아리에주
에르(Hers) 계곡에 위치한 카몽(Camon)은 장미와도 연관이 깊지만 ‘작은 카르카손(Carcassonne)’이라고도 불린다. 꺄몽은 10세기 베네딕트회 수도원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마을에 들어가려면 교회의 아치형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카몽에서 꼭 봐야하는 것들에는 포르트 드 오를로쥬(Porte de l'Horloge), 성곽, 메종 오트(Maison Haute), 16세기 교회, 수도원이 된 성, 신학적 상징을 담은 파사드가 특징적인 흰 회개자의 집(Maison des Pénitents Blancs) 등이 있다.
게르베로이와 마찬가지로 꺄몽에서도 장미는 꽃의 여왕으로 사랑받는다. 모든 집 앞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가 뿜어내는 향기와 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이다. 매년 5월 셋째 주 일요일, 꺄몽에서는 장미 축제가 펼쳐지는데, 마을의 장미원과 장미 가든은 빼놓지 말고 들러 보자.
또 흥미로운 점은 한 때 꺄몽의 언덕에서 포도를 재배했다는 점이다. 돌을 쌓아 만든 오두막을 둘러싼 하이킹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꺄몽의 포도재배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꽃 애호가를 위한 마을:
게르베로이와 카몽 말고도 꽃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가장 아름다운 마을'도 몇 군데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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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냥(Grignan) (Drôme Provençale, 드롬 프로방스): 올드로즈와 잉글리시로즈 덕분에 ‘식물의 마을(Village Botanique)’이라고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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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로미유(La Romieu) (Gers, 게르): 500여 개의 장미 덤불이 마을 거리를 수 놓으며, ‘주목할 만한 정원'으로 뽑힌 쿠르시아나(Coursiana) 정원은 꼭 둘러 봐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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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브테르 드 루에르그(Sauveterre-de-Rouergue) (Aveyron, 아베롱):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생 크리스토프 교회(Saint-Christophe collegiate church) 아랫자락의 장미 정원은 오래된 공동묘지를 색색의 장미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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뵐 레 로즈(Veules-les-Roses) (Seine-Maritime, 센 마리팀): 바다와 내륙 사이에 자리한 작은 노르만계 마을에는 목재 골조 주택, 방앗간, 나무가 제방 역할을 하는 강과 꽃이 핀 아기자기한 골목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